매일신문

와인 대중화 확산

"오늘 우아하게 와인 한 잔 어때요?".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동안 축하행사장의 건배용이나 상류사회의 고급 음주문화,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 정도로 여겨졌던 와인이 빠르게 대중화 바람을 타고 있다.

폭탄주나 위스키, 소주 등 독주에 지친 직장인들이 건강을 지키려는 차원에서 와인을 찾거나 연인이나 친구끼리의 낭만을 위해, 또 가족끼리의 단란한 시간을 위해 와인을 즐기려는 문화가 싹트고 있는 것.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00년 2천만달러로 지난 98년 650만달러보다 무려 3배정도나 늘어났다.

서울에는 수년 전부터 전문 와인하우스가 잇따라 생겨나 젊은층까지 파고들고 있고 백화점, 대형할인점에서도 와인 매출이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프랑스산 저가 와인인 보졸레 누보의 경우 전국적으로 가히 열풍이라 할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와인동호회가 넘쳐나고 있고 와인을 공부하는 와인스쿨들도 많아졌다. 요즘은 선물용으로 와인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서울의 열기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2, 3년 전부터 와인이 음주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백프라자는 와인 수요가 늘어나자 지난 4월 지역에서 처음으로 와인을 숙성 저장하는 '와인 셀러'를 갖춘 와인전문관을 개점했고 오는 6월부터 문화센터에서 와인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동아쇼핑의 경우 주류매장의 50, 60%가 와인 진열에 할애하나하면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 주류전문점 등에도 와인을 찾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김기원(34) 동아백화점 주류 바이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와인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30%정도 늘었다"며 "주로 대중적인 1만~3만원대가 많이 팔리며 초보자들은 대개 달콤한 맛의 와인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흔치는 않지만 대구에서도 와인하우스를 찾을 수 있다.

4년 전 문을 연 대구시 중구 대봉동의 '파블로'.

20, 30여종의 와인을 갖추고 있는 이곳에는 종전엔 대학교수, 문화.예술인들이 단골이었으나 최근엔 20, 30대 직장인들과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식사와 함께 반주로 한 잔의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병째로 주문해 공짜로 나오는 빵과 구운 마늘을 안주로 와인을 음미한다.

가끔 와인을 취할 정도로 마시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 '기분좋을 정도'에서 술잔을 놓는다는 것.

주인 한순덕(45.여)씨는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이 오지만 와인을 처음 접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와인의 기초를 공부하며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왜 와인이 인기를 얻고 있을까.

와인을 두고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말했던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찬사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와인은 발효과정을 거치는 동안 병원균의 침투가 불가능하고 발효 후 생성된 알콜로 인해 거의 무균상태에 가까운 음료이다. 또 칼로리는 물론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를 공급하는 식품이며 아름다운 색깔과 어우러진 맛과 향은 식욕을 돋우고 소화작용을 돕는다. 한마디로 '몸에 좋은 술'이라는 것.

무엇보다 와인의 가장 큰 효용성은 '절제의 술'이란 점. 와인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며 취하려 해도 서서히 흡수되고 음미하는 술인만큼 쉽게 취하지 않는다.

20여년간 와인을 즐기는 와인 애호가 조동택(52.경북대 의대 교수)씨는 "와인은 비싸다고 좋은게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맛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와인을 즐기려는 태도"라고 조언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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