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호강변 콘크리트 덧칠 생태계 훼손 불러

대구의 젖줄인 금호강이 무분별한 주변개발로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제방을 쌓아 자연하천의 형태를 상실한 곳이 많고 일부 둔치는 농지로 변했으며, 강 주변을 따라 대규모 아파트단지, 호텔 등이 들어서면서 천연 경관과 하천 생태계가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대구권역을 지나는 금호강(39㎞)에는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콘크리트로 하천 양쪽을 포장, 현재 좌안 15㎞, 우안 6.1㎞가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싸여 강폭이 좁아지고 자연습지가 사라졌다.

또 동촌유원지에 물을 가두기 위해 아양교·무태교 등 3곳에 수중보를 설치하는 바람에 수생동물 이동 차단, 하천 흐름 단절 등의 부작용이 생겨 하류쪽은 수량부족으로 자정능력 상실 및 생태계 교란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11일 임하댐 통수로 금호강 유수량을 하루 30만t으로 늘렸지만 상류의 농업용수 사용 및 자연 유실(流失)로 대구를 통과하는 하류는 유입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어 수질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금호강 주변의 체계적 관리정책도 없어 공항교 북측 금호강 둔치 수천평은 최근 높이 50㎝ 정도의 성토를 거쳐 주말농장으로 바뀌었으며 대구시 동구 공항교~동촌유원지 일대에는 3, 4년전부터 5천세대 규모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대구의 대표적 경관의 하나이던 영남 제1관 주변도 절벽을 깎아 호텔을 짓는 바람에 옛모습을 잃었다. 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개발의 가속으로 금호강 유역의 숲과 농경지가 지난 10년간 해마다 4.4㎢씩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무계획한 도시화와 소홀한 하천유역 관리로 금호강이 자연하천의 모습을 잃고 도시하천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개발위주의 하천관련 계획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은 "금호강 유역에서 분뇨, 생활·산업폐수 등에 의해 발생하는 총 인(p)은 연간 2천800t 정도이지만 강변이 숲으로 덮여있다고 가정할 때 식물이 그 이상을 흡수해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다"며 "강의 자정능력 향상을 위해 콘크리트 호안 대신 습지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산업정보대 이진국 교수(환경관리과)는 "하천 둔치는 수생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홍수때는 강물이 넓게 퍼져 수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며 "둔치를 성토해 농지화한다든지 강폭을 줄이는 개발은 시급히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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