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용 검찰총장 퇴임

박순용 검찰총장이 25일 2년 임기를 끝내고 검찰을 떠난다.TK출신 박 총장은 임기를 만료하고 떠나는 임기제 4번째 총장으로 기록되게 됐다.지금까지 임기를 제대로 마친 검찰총장은 김기춘 전총장을 비롯, 정구영·김도언 전 총장 등 3명이었고 박종철·김두희·김기수·김태정 전총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박 총장은 28년 1개월의 검사 생활 내내 항상 일을 안고 살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총장 시절만해도 살엄음판이었다.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최악의 위기를 여러번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대전 법조비리 사건이 점차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던 99년 5월 박 총장은 취임했으나 취임 첫날부터 김태정 전법무장관이 연루된 옷로비 사건으로'지옥'같은 날들을 맞아야 했다.

진형구 전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사건, 심재륜 전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 검찰총장 탄핵 파문, 사상 초유의 옷로비 사건 특별검사제 실시….사건 자체는 개인 비리에 관한 것이지만 검찰 동료와 후배들이 큰 하자도 없이 유탄을 맞아 줄줄이 옷을 벗는 수모를 지켜봐야만 했다.

박 총장은 옷로비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99년 12월30일 검찰 간부들과 한마디 상의도 않은채 청와대에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임기제 총장의 '자진' 사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긴 하나 박 총장은 와해 위기를 맞은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국민에 죄송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누가 된다는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청와대는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검찰총장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등 4가지 이유를 들어 사표를 즉각 반려했다.

이후 검찰총장·차장 탄핵 파문은 박 총장에게 결과적으로 조직 추스르기에 나설수 있도록 만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장의 조직재건 작업은 대외적 구호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국의 검사들에게 총장이 모두 친서를 보내 직접 격려한 일은 검사들의 기억속에 오래 남을 일이다.

일선 부장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확대, 부장중심 수사 체제를 확립했고 총장 보고 사안의 70% 가량을 과감히 없애 수사 검사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과거 어느 총장보다도 일선에 내려보낸 수사비 규모가 컸다고 검사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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