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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 미술품 고향에 기증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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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주목받는 화가 변종곤(53)씨가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 어깨까지 늘어진 긴 머리와 검은테 안경, 멜빵멘 바지, 가죽 부츠…. 지난해 대구전시회 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뉴요커의 멋을 내는 듯한 행동거지나 예술가의 자세를 질타하는 어투까지….

"친구인 패션디자이너 박동준씨의 '30주년 기념 패션쇼'에 참석하기 위해 왔죠". 유명 화가의 그렇고 그런 나들이인 것처럼 보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귀가 번쩍 뛸만한 얘기를 꺼집어냈다.

"10년전부터 미국에서 힘들게 수집한 수백점의 미술품을 한국, 아니 고향에 꼭 기증하고 싶어요".

그는 "수백만달러가 넘는 귀중한 작품도 여럿이고, 전체 가격은 환산하기 힘들 정도"라면서 "지금까지 여러차례 재벌그룹의 미술관들이 기증 제의를 해왔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아 거부했다"고 말했다.

"집세를 내지 못했을 때나 딸아이의 등록금을 보내주지 못했을 때도 단 한점도 팔지 않았죠. 훗날 그것들이 시민들의 재산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림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구가 그의 수집품을 관리하고 전시할 여건만 만들어 준다면 얼마든지 기증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화제가 전시회쪽으로 옮겨갔다. 내년 6월 월드컵 기간중에 동아일보사의 일민미술관에서 1부에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 2부에 자신의 전시회가 계획돼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에는 첼로, 바이올린 등의 오브제(상징적 기능의 물체)에 사진 이미지를 접목시킨 무난한 작품밖에 가져오지 못했다"면서 "내년엔 나자신의 본격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싶지만 국내정서와 맞지않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요 테마는 '동성애' '에이즈' '종교' 등으로 뉴욕화단의 흐름과 비슷하다. 변씨는 종교문제에 심취해 있는데 매일 1,2시간씩 종교·동양철학 서적을 읽을 정도라고 했다. "메시지를 바닥에 깔아놓고 부러진 십자가와 불두를 발로 차 굴리고...충격적인 작품을 내놓고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데… 역시 쉽지 않겠죠?"

또 그는 지역, 나아가 국내작가들에 대한 충고도 빠트리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기계문명에 대한 대안으로 동양철학·정서를 화폭에 담으려는 경향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오히려 자신들의 정서를 무시한채 서양기법만 쫓으려는 풍조가 있는 것 같아요. 세계적인 경쟁력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요…".

중앙대, 계명대 대학원, 디 아트 스튜던트 리그 오브 뉴욕을 졸업한 그는 "뉴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쉼없는 공부, 규칙적인 체력관리는 기본이고 패션디자이너.음악가 등 각계 전문가는 물론, 다양한 여성과의 교제를 통해 끊임없이 영감을 자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는 29일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곳저곳 다니며 우리 것을 하나라도 더 담아가고 싶다고. 역시 20년째 큰 물에서 뛰고있는 작가는 뭔가 다르긴 달랐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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