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중전화 차단 '국제망신'

한국통신이 국제전화 도용을 막기위해 공중전화를 이용한 일부 아시아 국가로의 발신을 일방적으로 차단,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반발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통신 대구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공중전화 발신이 폐쇄된 국가는 파키스탄,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이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네팔, 필리핀, 몽고 등 10개국이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에서는 대구 동촌.동대구와 포항, 경주전화국 등 공항, 역과 같은 중요 공공기관과 유명 관광지가 있는 4개 전화국을 제외한 전화국 관할 공중전화에서 이들 국가로의 통화가 불가능해졌다. 전국적으로는 공중전화 14만5천대 중 81%인 11만8천대가, 대구.경북에서는 전체 1만1천200대의 66%인 7천500대가 해당되며 오는 7월말 공중전화기의 불법도용 차단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이용할 수 없다.

이같은 조치는 국내에 체류중인 이들 국가출신 근로자들이 공중전화로 자국에 전화를 걸면서 전화기를 조작, 불법 도용하는 이른바 '폰 프리킹(Phone-Phreaking)'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경우 국내에서 발신된 4만원 이상 국제 고액통화요금 1억3천만원 가운데 이들 10개국으로 통화한 요금은 전체의 70%인 9천100만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도용으로 추정된다는 것.

또 서울에서 최근 알루미늄 막대를 이용, 7만원어치의 국제전화를 건 파키스탄인 2명이 구속되는 등 공중전화의 결점을 악용해 국제전화를 도용하다 적발되는 외국인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공중전화기의 버튼을 조작, 회로혼선을 야기시키거나 전화기 인입장치를 파손해 전화를 연결하는 방법 외에도 일반건물의 단자함을 열고 전화를 연결해 도용하는 등 수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시민들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필리핀에서 온 메리(35.여)씨는 "지난 24일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하려했지만 통화가 안됐다"며 대구지방경찰청에 항의했으며 JCI 아태대회에 참석한 인도네시아인 시스카(38.여)씨도 대회 사무국에 전화불통 사유에 대해 문의해왔다.

JCI 대구 아태대회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아직 파악중이지만 전체 외국 참가회원 4천500명 가운데 이들 국가회원이 1천여명에 이르러 상당수 회원들이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며 "모처럼 대구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질 기회를 맞았지만 이미지가 더 나빠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 대구본부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공항에서만 이들 국가로 공중전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각국이 전화도용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발신이 차단된 지역에서도 선.후불제 카드를 이용한 전화는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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