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간배아연구-생명윤리법 시안 논란

지난 18일 과학기술부가 '생명윤리법 시안'을 발표한데 이어 22일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인간배아(胚芽) 연구'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종교.환경.시민단체들은 "인간 존엄성 보호를 위해 인간배아 연구를 지금보다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생명공학자들은 "추상적인 인간의 존엄성 을 위해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특히 "지나친 연구 규제로 미래의학의 핵심이 될 세포이식 치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면 암 등 모든 성인병 연구 및 치료가 선진국에 종속될 우려가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왜 인간배아 연구에 집착할까. 배아세포에서 발달한 줄기세포(Stem Cell)는 근육, 혈액, 신경 및 신체의 여러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따라서 배아세포를 처리하면 간, 췌장 등 신체의 장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림참조〉

장기이식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이식할 장기를 구하기 어려운데다 이식후 거부반응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난치병 환자들에게 배아연구는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나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도 인간배아 연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간배아 연구가 진전되면 앞으로 25년쯤후 인간수명이 180세까지 늘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간 배아 복제가 배아 단계의 실험을 넘어 인간 '개체 복제'로 이어지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과학의 무절제성과 비윤리성을 경고한 패트릭 딕슨 박사(영국)는 "일단 인간 수정란 복제가 허용되면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 신흥종교단체가 만든 미국의 벤처기업 클로네이드사는 생후 11개월만에 사망한 영아의 체세포를 이용, 올해안에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겠다고 선언해 세계적 파문을 일으켰다. 더욱이 인간복제를 요청한 200여명중 한국인도 8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은 더욱 컸다. 10년간 임신못한 주부, 자신과 똑같은 2세를 원하는 독신주의자, 수술중 의식불명이 된 딸의 복제를 바라는 아버지 등 구구절절 애절한 사연을 가진 당사자들은 인간복제 허용을 바라고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오히려 높이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하원 감독조사소위원회의 인간복제 청문회에 나온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동물실험으로 미뤄볼 때 복제인간 한 명을 탄생시키려면 1천번 이상의 임신이 필요하다"며 "이중 999번은 유산.조산.사산 등 갖가지 결함을 지닌 아이가 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또다른 비극을 잉태할 것임을 암시하는 증언이다.

이종현 대구테크노파크 단장(경북대 교수)은 "엄격한 윤리적 전제없이 상업주의, 편의주의에 편승한 인간배아 연구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간성을 훼손하지 않는 '생명윤리법'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