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독극물 재판은 우리가 해야

주한미군이 미 8군 영안실 부소장 앨버트 맥팔랜드(56)씨의 한국 법정에서의 정식 재판에 불응하겠다고 통보해 옴으로써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가 한차례 개정됐음에도 우리의 사법주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불완전한 협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군이 재판에 불응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조항인 SOFA 본협정 제22조 3항은 '미국의 재산·안전에 관한 범죄와 미군의 다른 구성원이나 군속 또는 그들 가족의 신체·재산에 대한 범죄'및 '공무집행 중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한 범죄'의 경우 미군쪽에 1차 재판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군당국은 주한미군 군속이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한 것은 공무수행중에 일어난 일로 이 조항에 따라 '재판권은 미군에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 온 것.

이에 대해 법무부측은 본협정에 따른 합의의사록을 들어 재판관할권이 분명히 우리측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합의의사록에는 '미군 당국은 평화시에는 군속 및 가족에 대해 유효한 형사재판권을 갖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측은 "미군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본 협정만 따른다면 우리가 재판을 못하기 때문에 합의의사록을 만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무부측은 예정대로 재판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하지만 현행 협정상으로는 확정판결 전까지는 협정적용 대상자의 신병을 구속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미군측이 재판에 불응할 경우 법원의 구인장 발부 및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해 정상적인 재판은 어렵다.

우리는 이와 관련, 일차적으로 미국의 헌법이 속지주의를 규정하고 있고 독극물 방류에 대해 공개사과까지 했으며 또 합의의사록이 본 협정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구실을 한다고 볼 때 이번 사건의 재판관할권은 당연히 한국 법원에 있다고 판단한다. 미군당국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한차례도 재판관할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 이번에 독극물 방류후 자연정화됐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번에 상이한 조항 적용 등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SOFA가 개정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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