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 당선된 부시 대통령은 그가 속한 공화당의 감세안이 상곀?양원에서 통과되자 '역사적인 날'이라며 미 현충일 휴가도 취소하고 백악관으로 돌아와 대통령당선 이상의 승리감에 도취돼 있다. 향후 10년간 1조3천500억달러의 세금이 감면돼 당장 미국 납세자 9천500만명이 1인당 평균 300달러씩 오는 7월1일부터 세금환급을 받게 된다는게 주된 내용이다. 이 감세안은 이미 낸 세금중 일부를 되돌려 받고 앞으로 세금부담이 그만큼 줄어 납세자 입장에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감세액만큼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최호황을 누렸던 미국경기의 퇴조기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경기회복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치까지 담고 있다. 이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부시 대통령 입장에선 특히 상원에서 그 감세안이 통과된데 대한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다. 공화당 소속 제퍼즈 상원의원이 최근 탈당함으로써 민주당에 상원의 주도권을 뺏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반전된 상황에서 오히려 민주당의원 12명과 탈당한 제퍼즈 의원의 찬성표까지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정치적 의미가 그 속엔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경제난보다 아픈 '희망 상실'
어려움이 중첩된 우리 입장에선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처지에 부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의원 꿔주기'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기발하고 기행적 정치행태까지 일삼으며 밀어붙인'개혁' 드라이브 정책들이 하나씩 꼬여가고 있는 현 우리의 국정을 보면서 미국은 역시 '되는 집안'이란 감회를 새삼 떨쳐버릴 수 없다. 의약분업의 실패를 비롯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국가재정의 적자폭을 결국 세금으로 메꿔야 할 처지에 있는 우리국민들 입장에선 거꾸로 세금을 되돌려 받고있는 미국민들이 더더욱 행복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대통령을 잘 둔 덕이라고 한다.
우리와 역사교과서왜곡사건을 두고 앙앙불락하고 있는 이웃 일본도 '고이즈미'라는 총리 덕을 톡톡하게 보고 있다. 우리입장에선 고약하기 짝이 없는 '괴짜인물'이지만 그는 지금 일본의 희망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위기에 빠진 경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절망하고 있던 일본국민들에게 그는 희망을 안겨다 주는 정신적 지주역할을 거침없이 해내고 있다. '전통의 총리' 개념의 틀을 완전히 부수고 일본국민들의 극우성향을 자극해 자신감을 일깨워 놓고 있다. 이웃한 한국과 중국에선 욕을 하든 말든 그는 분명 일본국민들에겐 살맛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는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잘못된 역사교과서의 수정은 커녕 세계가 전범이라 일컫는, 태평양전쟁의 사망자 위패를 안치한 신사참배를 총리자격으로 강행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 대다수의 일본국민들을 열광케하고 있다. 세계질서를 힘으로 다시 재편하겠다며 '강한 미국'을 부각시키고 있는 또다른 우경화를 외치는 부시 대통령 이상의 인기를 하여튼 일본 '고이즈미'총리는 누리고 있다. '경제 갈증'에 허우적거리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일본국민들에게 '고이즈미'총리는 분명 '물'을 찾아주는 노마지지(老馬之智)의 고사(故事)를 현실화시키고 있음엔 틀림이 없다. 세계의 여론이 또는 일부 국내 비판론자들의 도마위에 올라 있는건 사실이지만 '부시'와 '고이즈미'는 미국과 일본의 국익을 위해, 뭔가 '새희망'을 갈구하고 있는 자국민들에겐 충족감을 심어주면서 정치적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국민, 희망주는 대통령 열망
김대중 대통령도 IMF의 그 절망에 젖어있던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희망을 심어준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3년을 넘긴 작금의 상황은 너무나 참담하다. 70%를 넘었던 지지율이 갈수록 급락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늘의 DJ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대변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 국민들은 경제적 고통보다 더 심각한 희망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그 희망이 언제쯤 우리곁으로 다시 올것이라는 기대마저 없다는데 대다수 국민들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남쪽의 빈곤보다 북쪽의 개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듯 보이는 DJ의 행보가 그렇고 결국은 사실이 아니거나 실패로 귀착되어지는 국정현안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당의 젊은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다만 먼저 터져 나왔을 뿐이다.
(박창근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