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진제 전기요금 불만 증폭

서민아파트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겨울 통장 정리를 하다 깜짝 놀랐다. 자동이체로 무려 31만원의 전기요금이 인출되어 나갔기 때문이다.

난방시설이 좋지 않은 아파트 사정 때문에 전기장판, 전기히터를 쓴 것이 화근이었다. 계량기를 확인한 결과 전기 사용량은 760 kWh 정도로 평소보다 2배 반 정도 늘어났지만 부과된 요금은 평소의 7배였다.

한전 측에 항의해 봤지만 "누진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집세보다 전기료가 많이 나가는 상황에서 김씨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난방 잘되는 자취방을 구해 이사하는 것이었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요금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행 요금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있다. 특히 올 여름에는 에어컨 사용 급증에 따라 전기료를 둘러싼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전기료 누진제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자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누진율이 지나친데다 시민들의 전기 사용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책정된 현행 요금제는 고쳐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김씨는 "전기료를 보니 이것이 전기료가 아니라 전기 사용규칙을 위반해 부과된 벌금이나 과태료인 듯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김씨처럼 전기료 누진제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있다..

현행 요금제는 월 전기 사용량이 300kWh를 넘을 경우 요금이 급증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월 300kWh를 쓰는 가정에서 9평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씩 틀 경우 전기사용량은 417kWh로 100kWh만 늘어나지만 요금은 4만1천원에서 8만8천원으로 곱절 이상 늘어난다.

한전 측은 "월평균 300kWh 이상을 소비하는 가구가 전체의 6~7% 밖에 안되기 때문에 서민들이 느끼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 홈페이지에 올려진 항의글을 보면 전열기를 사용하거나 업무 때문에 컴퓨터를 장시간 켜놓았을 뿐인데 엄청난 요금이 부과됐다는 '서민형 불만'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에서는 현재 월평균 300kWh로 되어 있는 누진율 적용 사용량을 상향 조정하거나 누진율을 탄력적으로 재조정하는등의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현행 요금체계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한전 측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있다. 한전 대구지사 관계자는 "전기 요금은 산업자원부의 인가 및 재정경제부 협의를 거쳐 책정되는 사항"이라며 "현행 요금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건의를 정부 당국에 여러차례 낸 바 있다"고 밝혔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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