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뭄에도 물사용 흥청망청

30일 오후 2시 대구시 동구청앞 분수대는 가랑비가 내리는속에 굵은 물줄기를 내뿜고 있었다. 바로 옆 잔디광장에는 비가 내려 잔디가 촉촉히 젖는 것에 아랑곳 않고 스프링클러 2대가 수돗물을 뿜어 대고 있었다.

이날 동구청은 오전 8시부터 분수대와 스프링클러를 가동했다. 오후 2시쯤 한 시민이 구청에 가동중단을 요구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대륙간컵 기간동안 도시미관을 살리라는 대구시 지시때문에 비가 오지만 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전국이 물기근 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공공장소, 가정집, 사무실 가릴 것 없이 물 사용이 너무 헤프다.

전문가들은 "이미 93년에 UN이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한 상황에서도 극심한 가뭄이 닥쳐야 허둥지둥 물 절약 운동을 펼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평소에 귀중한 자원인 물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점심시간 직후 수성구청 화장실.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물이 배관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가고 있었고, 양치질을 하러온 일부 공무원들은 컵을 사용하지않고 수돗물을 틀어놓은채 입을 헹구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신천 분수대 5곳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일제히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공원, 유원지 등의 식수대에도 주말.휴일이면 수돗물을 틀어 놓은 채 가버리는가 하면 아이들이 수돗물로 물싸움을 하기 일쑤다.

가정, 사무실에서는 절약형 샤워꼭지나 유량조절기를 단 곳은 드물며, 수세식변기, 세탁기, 주방의 물 사용습관은 후진국 수준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상수도관 노후, 가정집 수도꼭지 및 관 누수 등으로 수돗물 누수율이 12.5%에 달해 외화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평균 물사용량이 395ℓ로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세계최고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국민 1인당 활용가능 물자원량이 1950년 3천247㎥에서 95년 1천472㎥로 줄어 물부족국가로 분류된 상태며, 이같은 물낭비심리가 고쳐지지 않으면 2025년에는 1천258㎥로 떨어져 물기근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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