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막전에는 6만여명의 관중이 발디딜 틈 없이 경기장을 메워 성황을 이루었다. 대구시는 당초 관람객이 적을 것을 우려, 경기 당일 현장에서 6천여장의 입장권을 판매하며 자리채우기에 쩔쩔맸다. 하지만 발매는 오후 2시쯤 동이 났고 오후 5시 개막전이 시작된 뒤에도 발길이 이어져 대구시는 안도의 한숨. 오후 4시쯤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암표상으로부터 3등석 입장권(2만원)을 3만원에, 2등석(3만원)을 4만원에 사는 모습을 보이기도.
○...대구시의 체계적인 관람객 운송이 돋보였다. 시는 지난 20일 개장식때의 2배가 넘는 120대의 셔틀버스를 7개 노선에 배치, 경기장으로 관람객을 실어날랐다. 일반버스 19개노선을 경기장 월드컵네거리까지 연장 운행해 경기장내로 쉽게 들어올 수 있었고 택시의 경기장 내부진입이 허용돼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남준하(37.달서구 월성동)씨는 "지난 20일 개장식에서 셔틀버스에 너무 시달렸다"며 "이번에 일반시내버스를 타고 오니까 훨씬 빠르고 편했다"고 말했다.
○...30일 대륙간컵 개막전은 5골을 실점한 한국팀의 패배로 끝이 났지만 시민들의 경기관람태도와 질서의식, 응원문화는 승리했다는 평.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명의 관중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고 골을 넣은 프랑스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다.
한편 경기가 끝난 오후 7시30분쯤에는 프랑스 응원단 20여명과 붉은 악마 500여명이 경기장 밖에서 열띤 장외 응원대결을 펼치기도.
○...대통령 경호때문에 입장객들이 소유한 짐을 일일이 검사하는 바람에 경기장 각 출입구마다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사람들은 50m가 넘는 긴 줄을 서야 했다. 관람객 이모(43.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씨는 "아이스박스에 들어있는 음료수를 하나하나 모두 꺼내고 심지어 휴대폰도 분해당하기까지 했다"며 "아무리 VIP 경호가 중요하지만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불평.
오후 4시쯤 경찰이 대통령 등 VIP 탑승차량이 통과한다는 이유로 범물동~ 관계삼거리 구간에서 시민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중이던 셔틀버스를 치워달라고 요구, 30여분동안 셔틀버스가 정해진 대기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이동하는 통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대구시가 선전포고한 '노점상들과의 전쟁'은 대구시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대구월드컵경기장 개장식이 있었던 지난 20일 노점상 100여곳이 난립해 불만을 샀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광경을 연출했다. 노점상들이 사라지면서 경기장 안팎의 너저분한 쓰레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치 거대한 공원 같았다. 좋은 기분을 불러 일으켜 주는 도시경관이 인상적이다" 대구방문이 처음이라는 르 피가로지 기자 도미니끄 파뉴드(38)는 이렇게 대구에 대한 첫인상을 밝혔다. 또 "시티투어를 통해 대구의 이곳저곳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30일 프린스호텔에서의 오찬이 끝난 뒤 대구시는 돌연 일정을 변경, 경기장으로 향하는 바람에 시티투어는 취소됐다. 당초 100여명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찬에 참석한 외신기자는 50여명에 불과했고, 이들도 대기중이던 3대의 시티투어 버스를 타지 않고 대부분 택시와 일반승용차를 타고 경기장 등으로 향했기 때문.
○…경기가 끝난 오후 7시쯤엔 마칭밴드의 퍼레이드와 스페이스A 등 인기가수의 공연이 선보여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귀가시에도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아 혼잡이 없었고 차량도 원활한 소통을 보였다. 30% 가량의 관중이 축구경기가 끝나자 서둘러 귀가를 했기 때문에 일시에 귀가시민이 몰리는 뒤엉킴은 없었다. 관람객 대부분은 오후 8시쯤까지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9시쯤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모습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0...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를 주관한 세계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 대회를 준비한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개막전에 파견된 월터 실버(총 감독관) 등 3명의 감독관은 이날 『외국에서는 대통령이 일반석에 앉는다』며 VIP석을 경기 진행석으로 하라고 으름장, 관계자들이 이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또 대구시가 외부 초청인사 좌석을 1천400석 요청했으나 400석으로 줄이고 그 명단도 직접 통보했다. 반면 관전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는 피파석으로 배정.
월터 실버는 특히 줄자를 가지고 다니며 경기장 내 국기게양대 위치까지 트집잡는 등 대회 준비 요원들에게 안하무인격으로 행동, 원성이 자자했다.
0...관중 동원에 절치부심하고 있는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프랑스에게 자꾸 골을 먹자 『가뜩이나 없는 축구 관중이 다 떨어진다』고 걱정.
이 관계자는 『대구는 프로축구팀이 없는 관계로 경기를 보고 즐기는 축구문화가 정착되지 않은데다 시민들의 기질도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 무조건 이겨야 관중이 늘어난다』고 주장.
0…대구시가 입장권강매로 말썽을 빚은 가운데 이를 구입한 관람객들의 입장사연도 갖가지. 대구시 관급공사를 많이 수주하는 한 업체는 할당받은 10표를 직원들에게 월차휴가까지 내주면서까지 대구시의 첫 국제대회에 동참하는 애정(?)을 과시.
또 친구인 공무원으로부터 표구입을 의뢰받은 이모씨(43·대구시 달서구 이곡동)는 한꺼번에 8장을 구입, 이날 휴가를 내고 가족 7명과 함께 관람하는 열성을 보였다.
0…대구토종응원단이 한국의 대표적인 축구응원단인「붉은악마」응원단을 압도. 월드컵대구시문화운동협의회 소속 100여명의 응원단은 서편 관중석에 자리잡은채 열정적인 동작과 구호로 이웃에 자리잡은 600명의 붉은악마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대구토종응원단은 한국이 완패의 분위기가 완연한 가운데서도 기가 꺾이지 않고 가열찬 응원으로 관중들의 호응을 끌어내며 운동장 분위기를 주도.
0…관람료 600만원으로 화제를 모았던 12개의 프레스티지룸은 모두 대한축구협회 등 관계기관이나 대기업이 차지, 대구연고기업이나 개인은 1개의 방도 구하지 않았다.
최다 14명이 들어갈 수 있는 프레스티지룸은 비싼 이용료에 걸맞게 웨이터들이 경기가 끝날때까지 식사와 음료, 주류를 서비스하는데 대한축구협회, 세계축구연맹(FIFA), 프로축구연맹 등이 6개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삼성화학, 아디다스, 한국 타이거풀스 등 서울의 기업들이 구입했다.
0…이번 대회 1천여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최고령인 황권주씨(71·사진·대구시 수성구 범물동)가 방송운영단에서 열성적인 봉사로 눈길. 일본어에 능통한 그는 88올림픽때도 자원봉사를 펼쳐 일본 NHK로부터 감사초청까지 받기도. 그는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돼 자랑스럽다. 내년 월드컵과 2003 U대회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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