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계에 가수 '이재수 신드롬'이 몰아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재수는 지난 5월 모 음료 광고에서 독일의 록밴드 스콜피온스의 '스틸 러빙 유'를 불렀다. 그런데 그의 창법이 기존의 방식에서 한참 벗어나 고정관념에 깊이 물들어 있는 일반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음정, 박자를 무시하고 가사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을 보이고 있다. 음치라고 기죽어 있던 다수의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다. 상식의 허를 찌르는 이재수식 벤처정신이 답답하고 고루한 사회 분위기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 것이 성공의 요체다. 얼마전에는 싸이라는 이색가수가 히트곡 '새'를 들고 나와 단숨에 정상에 올라선 적이 있다. 그도 기존의 완강한 틀을 무너뜨리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가수라면 잘 생긴 외모와 매끄러운 춤 등을 예상하고 있을 때 그는 가늘게 찢어진 눈에 둥글넓적한 얼굴 등 지극히 평범한 외모와 엽기적인 '파닥이 춤'으로 대중의 눈을 휘어잡았다. 그가 버클리 음대 출신의 엘리트라는 사실도 인기 폭등에 한몫 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의 음반에 수록된 20곡중 14곡이나 풍속을 흐린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젊은 사람이 젊게 들으라고 만든 젊은 음악인데 왜 아저씨들이 칼질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최근 신곡을 들고 나온 가수 박진영도 앨범의 상당수가 방송불가 판정을 받자 이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사회
가요계 이야기를 꺼집어 낸 것은 출구없는 진창에 빠져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한가닥 탈출의 시사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함과 활력의 수혈이 우리에게 시급하다. 이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암울함은 정치의 탓이 크다. 여야 가릴것 없이 책임이 없고 자신들의 기득권에만 신경을 쓰는 '작은 정치'에 매몰돼 이 나라의 앞날을 내다보는 '비전의 정치'는 실종된지 오래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남북문제만 해도 여야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어가는 등 국민들의 분열만 조장하고 있다. 또 민주당 소장의원들은 보다 못해 당풍쇄신을 요구했으나 소위 '실세'로 불리는 동교동계의 반발로 무참히 꺾여 '참신한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나라경제가 흔들거리고 의약분업 등 각종 사회 정책이 실패해도 당이나 관료들은 속시원한 해결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야 할 것없이 대통령이나 총재의 눈치만 보는 '줄서기'만 횡행, 생산적인 정치의 복원은 요원한 형편이다. 97년 대선 당시 선거구호로 가수 이정현의 노래 '바꿔'가 차용돼 화제를 모았다.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란 노래말처럼 당시만 해도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만했으나 지금은 어떤가. 개혁은 아직 지지부진한데 '개혁 피로증'이 심각하다며 이제 그만 중단하자고 한다. 이 사회를 가로막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벽은 너무 높다. 개혁파의 선두에 섰던 정동영 위원도 JP에 대한 칭송에 나서고 새로운 정치세대로 관심을 모았던 김민석 의원도 한발 물러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재야 출신으로 정치계에의 '참신한 수혈'로 기대를 모았던 민주당 이상수 총무와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도 이번 돈세탁 방지법 협상 과정에서 개혁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신선함과 활력의 수혈 절실
지금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사상 유례없는 90%이상의 국민 지지를 받는 등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가 신사 참배나 왜곡 교과서를 허용하는 등 문제가 많지만 배울 점이 있다. 자국 국민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무기력과 침체에 빠진 일본 국민들에게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부수는 작업을 해내고 이 과정에서 확고한 '소신'을 보여줘 신뢰를 얻고 있다. 다나카 외상도 소신과 관련, 참신한 이미지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과 관료들도 참신함과 소신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돌려줘야 한다. 남에게만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자신은 빠져 나가는 자세에서 벗어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진정한 '벤처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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