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하순 교육인적자원부는 「지식정보화 사회에 부응한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듯 이번에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내용 또한 그 자체로는 별로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고, 초.중등 교원 및 국립대학 교수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은 예산만 뒷받침된다면 당연히 그리 해야 할 일이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한다거나, 이수 과목수를 줄이고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계획도 환영할 만하다. 추후 확정될 수능 제도의 개선이나 대학 자율성의 확대 등은 아직 두고 볼 일이겠으나 일단 방향은 바로 잡은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인식지평이 아직 옛 교육부의 그것을 전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중등 교육을 대학 진학 예비교육으로만 인식하는 시각이 그러하고, 대학입시제도를 최대의 교육 현안으로 인식하는 시각 또한 그러하다. 실업계 고등학교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이런 마당에 직업교육이나 직업훈련에 대한 청사진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물론 이와 관련한 상당 부분이 노동부 소관 사항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교육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키고 교육인적자원부로 개칭까지 했는지 알 수 없다.
관련 보도자료에는 "산업화 사회에 필요한 '공장형 교육'은 더이상 필요없다"는 엘빈 토플러의 말이 인용되고 있다. 아마 그래서 '지식정보화사회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은 더이상 필요없다고 부지불식간에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다. 토플러가 필요없다고 말한 '공장형 교육'이란 다양성과 창의성이 결여된 판박이식 대량생산 체제의 교육을 의미할 뿐이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공장이 필요없다는 말도 아니요, 공장의 효율적 가동을 위한 인력개발이 필요없다는 말도 아니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도 공장은 여전히 필요하고 공장 인력 또한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공장 인력에 대한 교육이건 다른 분야의 교육이건 모두 과거와는 달리 창의성과 다양성이 강조되어야 할 뿐이다.대학입시문제가 우리처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나라는 없다. 이러한 낭비적이고 불건전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외줄 세우기 문화」 때문이다. 입신양명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고 입신양명하기 위해서는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외줄 세우기가 사회를 지배하는 한 입시는 한 개인 나아가서는 한 가족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소모적 경쟁을 벗어날 수 없다. 사회는 극소수의 승자와 대다수의 패자로 편가름될 수밖에 없다. 이런 낡은 문화를 청산하지 못하고는 새로운 지식정보화시대에 우리가 설 자리는 없다. 새로운 시대는 인간 능력의 경쟁시대이기 때문이다. 패자의 잠재력을 사장시키고 수많은 낙오자를 거느린 채 세계 수준의 경쟁 대열에 나설 수는 없다. 사람 이외에 다른 자원을 가지지 못한 우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각자가 자기 줄을 스스로 세우고 모두가 자기 줄의 맨 앞에 설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이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교육 기회의 평준화가 능사는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인격적 평준화가 달성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앞으로 외줄 세우기를 탈피하고 다양한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중등교육이 총체적으로 대학진학을 위한 예비 교육장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중등교육에서 직업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 학교교육과 현장훈련의 긴밀한 연계 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이 간과된 어떠한 교육정책도 여전히 외줄 세우기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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