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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살아온 날들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습관적으로 또는 의무적으로 환자를 대할 때가 많다. 반복되는 일과에 큰 수술마저 많으니 심신이 지쳐 마지못해 환자를 돌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선배 의사 한 분은 진료하는 환자들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점잖은 선비형, 수수께끼형, 부끄러운 새색시형, 시원 과감형, 학구형,투사형, 사랑형 등 일곱 가지다. 이들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유형은 수수께끼형과 투사형이다. 그 분의 대응 방법은 이러하다.

수수께끼형은 자신의 질병에 대해 함구하면서 어디 한번 맞춰보라는 식의 환자다. 속으로 짜증스럽지만 수수께끼를 풀 듯 질문하면서 진찰하고 검사하다 보면 흥미진진해지고 스릴마저 맛보기도 한다고 했다. 투사형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병과 관련된 진료내용이나 의사들 혹은 약국이나병원 당국에 대해 불만을 거칠게 토로하는 환자다. 이런 유형은 일단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 다음에 자세하고 친절히 설명해 주면'화가 난 투사'에서 '용맹한 기사'로 바뀌어 나중에 단골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런 반면에 선배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면서 의지해 오는사랑형의 환자도 있어, 환자를 대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들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모든 질병은 육체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영향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환자는 늘 약자이기에 의사에게 의지하려 하고 모든 것을 상의하려 한다. 그것이 질병의 치유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 질병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환자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진료한다면 좀더 따뜻하고 충실하게 환자를 치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환자가 찾아올까, 그를 어떤 식으로 대하면서 치료해야 할까를 기대하면서….

대구가톨릭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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