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시장의 2위와 3위 제조업체인 휴렛패커드와 컴팩이 합병, 국내 IT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휴렛패커드와 컴팩은 4일 양사 합병을 통해 매출 규모 870억 달러의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 사는 이번 합병으로 서버와 PC, 핸드헬드 전자장치, 이미징과 프린팅 분야에서 세계 1위 규모의 업체로 발돋움하면서 연간 25억 달러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병 계약은 양사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칼리 피오리나 휴렛패커드 회장이 통합 회사의 회장 겸 CEO를, 마이클 카펠라스 컴팩 회장이 사장 직을 각각 맡게 된다.
피오리나 휴렛패커드 회장은 "이번 합병은 우리의 전략과 위상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조치"라며 "상호 보완적인 조직과 제품군이 결합하면 주식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 합병으로 국내 PC산업과 D램업계 등에 미칠 파장은 예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국내 증시는 양 사의 합병 발표가 호재로 작용,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 현대멀티켑 등 PC 제조주들이 가파르게 상승, 일제히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동원경제연구소는 양 사 합병이 IT업계의 재편을 불러 올 것이라며 휴렛패커드에 PC를 ODM(제조자 설계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는 삼보컴퓨터, 부품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삼성전자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PC 제조업체로서 아시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으나 합병회사의 출현으로 세계적 PC 제조업체들과의 가격 인하경쟁이 심화될 경우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국내 PC업계는 휴렛패커드와 컴팩의 국내 PC시장 점유율이 데스크톱 10%, 노트북 15% 정도인 현실을 들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메이커가 강세를 띠는 국내 PC시장의 특성상 이들 회사의 합병이 변수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D램업계는 합병이 중복구매를 줄이게 돼 D램 구매량이 전체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합병회사의 구매력도 강화돼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급반등을 이끈진 휴렛팩커드(HP)와 컴팩의 합병 발표가 정작 미국증시에서는 악재로 작용했다.
4일 국내 증시는 종합주가지수가 16.96포인트 오르며 6일만에 반등에 성공했으며 일본과 대만증시도 모처럼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는 세계 2, 3위의 PC 업체인 HP와 컴팩의 합병 발표 소식이 대형호재로 작용했다. 두 회사의 합병에 따라 IT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의 반응은 이와 달랐다.
5일 새벽 마감된 뉴욕증시에서 합병 발표는 장초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재로 변질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의 8월 제조업지수가 당초 예상치를 웃돈 소식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면서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큰 폭의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곧바로 되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나스닥은 전일보다 34.65 포인트(1.92%)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한 때 200포인트 이상 올랐던 다우지수도 전강후약 현상을 보이며 47.74 포인트 오른 9,997.49 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세계적 평가기관인 S&P가 "HP와 컴팩의 합병에 따른 이익이 그리 크지 못할 것"이라며 두 회사를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 놓는등 부정적 뉴스가 쏟아지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두 회사를 포함한 기술주들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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