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세계 미테러 쇼크-동기불분명.대량살상

11일 오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의 정황은 즉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일단 이번 사건은 민항기 납치에서 시작해 이를 상주 인구가 4만~5만명으로 추산되는 대형 민간 건물에 충돌, 폭발시키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5년동안 세계 각지와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지난 1978년 10월에는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 본부와 프랑스 군 사령부에 트럭을 이용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299명이 사망했다.

85년 6월에는 캐나다를 출발해 인도 뭄바이를 향하던 인도항공 소속 보잉 747기가 시크교도 민병대의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로 인해 아일랜드 해역에 추락함으로써 승객과 승무원 329명이 사망했으며, 88년 12월에도 런던발 뉴욕행 팬암 747여객기가 리비아 국적의 테러범에 의해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추락함으로써 259명이 숨졌다.

98년 8월에는 케냐와 탄자니아 소재 미 대사관에 대한 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국인과 케냐인을 포함해 224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 8월에도 앙골라 UNITA(앙골라완전독립민족동맹) 반군의 자국내 열차공격으로 260명이 숨지고 약 100명이 다치기도했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예멘항구에 정박중인 미 구축함 콜호(號)에 대한 폭탄테러(17명 사망), 96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호바르 타워 주택단지 트럭 폭탄 테러(19명사망 500여명 부상) 등 세계 각처의 미군 기지 및 공관 그리고 미국 관련 건물들에 대한 테러는 셀 수 없이 많다.

결국 지난 25년간 세계 각처에서 발생한 각종 테러의 주류는 주로 폭탄 적재 트럭을 이용해 적대세력의 공관이나 군부대를 공격한 것이었거나 아니면 민항기를 납치해 비교적 단순하게 폭파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전후 사정이 사뭇 달랐다는 점은 둘째치고 지난 99년 하반기 러시아 연방군의 체첸침공을 전후해 벌어진 체첸 반군들의 모스크바 등지 군용 및 민간 아파트 연쇄폭탄테러 사건들도 이번 사건에 비하면 오히려 순진한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당시 체첸 반군들은 아파트 인근의 무인 트럭이나 사용되지 않는 건물 상가 사무실 등에 폭발물을 장착, 폭파시킴으로써 무고한 시민 3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이번 테러처럼 탑승객이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민항기를 동원하는 수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 테러는 90년대 들어 번지기 시작한 이른바 '뉴테러리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차별적인 대량 인명살상이나 동기가 분명치 않은 점,대중의 지지를 의식하지 않는 점, 그리고 테러 조직이 '상설화'돼있지 않아 추적이 어렵다는 점 등이다또 이번 사건이 세계 경제 중심지로 불리는 뉴욕시내에서, 그것도 출근시간인 오전 9시를 전후해 이뤄졌고 WTC가 세계 각국의 공관 및 각종 대표부가 위치한 건물이었다는 점 역시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뉴욕이 세계 경제 중심지이며 국제사회가 범세계화로 나아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테러는 결국 의도적이든 아니든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한 것으로도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WTC 외에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가 공격당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미국의 보안상태가 그만큼 허술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무너뜨린 사건으로도 평가된다.

권위있는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도미니크 모이지 소장은 11일 이번 테러는 "서방과 이슬람 세력간의 충돌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를 예고하는 사건"이라면서, "오늘부터 서방과 가장 과격한 이슬람 세계간의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슬람권의 '너죽고 나죽자'식의 자살 테러가 민항기까지 동원한 이번 뉴욕과 워싱턴내 주요 건물 테러를 계기로 끝갈때까지 갔다는 평가로도 들린다. 워싱턴 포스트지(紙)는 11일 사설을 통해 이번 테러가 외국 조직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상응하는 방법으로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