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세계 미테러 쇼크-(3)도전의 시작

세계 최강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내부가 아닌 '외부 힘'에 의한 도전에 직면함으로써 건국이후 최대 위기로 몰리는 양상이다.

11일 전세계를 경악케 한 미국 테러 참사는 아직 배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사상 최악의 테러행위가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과 워싱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에 군림해온 미국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도전과 저항의 시발점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임하며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안에 빠짐없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 형성된 반미(反美) 감정은 조지 W 부시대통령 체제가 들어서면서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다.

미사일방어 계획, 유엔 기후협약 탈퇴 등 적대국은 물론 우방의 입장까지 외면한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세계에 미국을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가로 확고히 인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미국에 대한 도전은 지난 5월 미국이 유엔 기구에서 잇따라 축출되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인권국'인 미국이 인권위원회 위원국에서 탈락한 데 이어 국제마약통제위원회 부위원장 연임에 실패함으로써 미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기후협약을 철회하고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강행하는데 대한 세계의 반발로 해석됐다.

이같은 기류는 국제사회가 미국을 제외한 채 기후협약을 채택하는 한편 러시아는 물론 미국의 대다수 동맹국들이 일제히 미사일 방어체제에 반대하고 나서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더욱 표면화됐다.

전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는 지뢰금지협약 조인을 거부하고 국제형사재판소창설에 냉담하게 반응, 국제사회의 반발을 야기했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대회에서 이스라엘 비난 수위 등을 둘러싸고 아랍과 서방간 대립의 소용돌이 중심에 서 있었던 것도 대표단을 중도 철수시킨 미국이었다.

이스라엘에 극도로 편향된 미국의 대외정책은 종종 해외의 미국 시설물과 미국인들을 겨냥한 아랍권의 테러를 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진주만 피습이래 최대의 외부 공격이랄 수 있는 이번 테러는 그 피해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데다 테러에 취약한 미국의 방위력을 여지없이 노출시키는 한편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이번 테러를 사전에 감지해 내지 못한 정보력 부재, 항공기 4대가 동시에 공중납치될 정도로 허술한 보안체계 등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해도 부시 대통령을 집권8개월만에 정치생명이 걸린 위기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중동문제 등 세계 핫이슈의 전개과정에서 미국을 상대로 유사한 도전 행위가 돌출될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도미니크 모이지 소장은 이번 테러 공격은 서방과 과격 이슬람 세력간의 충돌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를 예고하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늘부터 서방과 가장 과격한 이슬람세계 간의 충돌이 있을 것"이라면서"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초(超)허약국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끝〉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