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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아 엄마로 삶찾는 국정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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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희(42·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아이가 왜 그리 많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마흔을 넘긴 나이. 남들은 애들 다 키우고 여유를 부릴 나이라지만 국씨의 '아기 뒷바라지'는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다.

우유병을 놓지 않는 국씨집의 '막둥이' 규리는 생후 17개월. 자기 애도 귀찮다며 길가에 버리는 세상이라지만 국씨는 두번째 남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웃들이 '수수께끼'처럼 여기는 '국씨의 늦둥이 키우기'는 3년전 국씨가 '수양모'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오갈데 없는 갓난 아기들을 맡아줄 수양부모 모집안내를 봤던 국씨. 두 아이의 엄마였던 평범한 가정주부 국씨는 이 때부터 '세상 모든 아이들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규리는 지난 해 12월 데려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버려지다시피한 규리는 제대로 먹지못해 건강이 엉망이었지만 이젠 제법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첫번째 맡았던 영주는 지난 해 8월 엄마가 다시 데리고 갔다. 꼭 1년동안 국씨와 함께 지내다 돌아갔던 영주. 생후 15개월때부터 키웠던 영주는 국씨와 떨어지지 못해 많이 울었다.

국씨가 말하는 수양엄마의 가장 어려운 점은 '돈이 부족해서'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정떼기가 어려워서'다. 영주를 보내고 나서 국씨와 국씨의 남편은 며칠을 울었다. 아직도 국씨의 남편은 시장에만 나가면 영주에게 어울리는 옷이 많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정떼기가 너무 힘들어 규리는 맡지 않으려고 했다. 또다시 울기 싫어서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연앞에서 국씨의 의지는 또다시 뭉개졌다.

"규리 아빠는 일용 노동자예요. 규리 아빠가 직접 키우는 규리 언니는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겁니다. 공사판을 전전하며 식당 아주머니들에게 규리 언니를 맡긴 채 일을 한답니다. 규리 가정이 빨리 일어서는 것을 봐야하는데…".

맡아 기르는 아이들은 모든 것이 또래에 비해 늦다. 영주는 밥을 먹을 나이에 데려왔지만 밥을 먹을 줄 몰랐다. 한번도 밥을 구경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래서 이 아이들에겐 손이 더 갈 수밖에 없다.

"고교 1학년인 아들과 초교 6학년인 딸, 그리고 남편은 저의 든든한 후원자예요. 외국에서는 가정에서 수양부모들이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것이 정상이래요. 우리 나라도 이젠 좀 바뀌어야죠".

20평 조그마한 아파트에 사는 국씨 가족. 특기가 '애 키우는 것'이라며 건강이 닿는한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하는 국씨의 마음은 확트인 가을 하늘같았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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