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도시 대구 세계인이 되자-(16)끼리끼리 의식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사업가 김 모(61)씨는 외견상으로는 과거 전국에서 내로라 했던 대구의 명문 A중학교와 A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A 중학교와 B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런김씨는 A 고등학교의 모임이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해, 술을 마시고 친분을 다진다. 가까운 이들은 그가 A 고등학교 출신이 아님을 알지만 굳이 따지려 들지 않는다. 그가 내심찜찜한 마음을 누르고 이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는 사업상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각계의 실력자 중 상당수가 A중고등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영덕 출신의 기업가 박 모(59)씨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대구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꼽힌다. 평범한 집안 출신에 평범한 학력을 가진 그가 대구에서 성공하기까지 겪은 수모는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 실력자들의 모임은 모조리 찾아다녔고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도 무릎을 꿇고 술을 따랐고 저녁마다 폭탄주를 마셔가며 '인간관계'를 도모해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덕에 그는 꽤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런 연줄 만들기에 시간을 빼앗긴 탓에 제품에 최고의 정성을 쏟지는 못했다.

이같은 학연, 지연 등 인맥 중시 풍조는 비단 대구에 한한 것만은 아니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특히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일 경우 '고향'이나 '출신학교' '종교' 등 이런저런 연줄 중에 어느 하나라도 연줄이 닿아야 비로소 마음을 열어놓는다. 수십년 대구에서살아온 타지출신 사람들이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을 되새겨 봐야할 터이다. 물론 미국 등 선진국 사람들도 지연이나 학연을 소중히 여기지만 어디까지나 공사를 구별한다. 우리처럼 매사 연줄을 들먹거리지는 않는다.

서울의 벤처기업 넥스트에는 같은 대학 출신이거나 고향 선·후배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들은 오직 개인의 실력으로 뭉쳤다. 이 회사가 성공하리라는 것은 굳이 미래를기다려 볼 필요가 없을 듯하다.

대구가 '끼리끼리' 문화의 '촌티'를 벗고 국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어맨 연줄부터 걷어내야할 판이다.

조두진 기자 earful@imaeil.com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에 대해 대통령실의 해명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을...
오는 30일부터 경북 내륙과 동해안에 시속 260㎞급 KTX-이음이 본격 운행되며, 중앙선과 동해선이 3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지역 이동 편...
국민 MC 유재석이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언급하며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 가운데, 최근 방송인 박나래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