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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름다운 대구여

달구벌 축제 기간동안, 극단 [함께사는 세상]에서 막을 올린 야외 마당극 '오월의 편지'라는 연극을 보기 위해 두류공원을 찾았다. 공연시간이 좀 남아 있어 야외공연장 부근을 배회하였다. 잔디구릉 위로 붉게 물든 저녁노을. 높푸른 하늘색과 기울어져 가는 황혼의 불그스레한 빛이 이루는 조화는 자연만이 연출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야외 공연장 무대 위에 홀로 서서 연가를 연주하는 이름 모를 연주자,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야외 인공폭포와 잔디밭 사잇길로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 어깨를 맞대고 잔디에 누워있는 연인들,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 등이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였다. 그 속에 서 있는 나는 갑자기 마음이 천연해지는 듯하고 또 모든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듯한 행복감에 빠지는 착각을 맛볼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가 이렇게 아름답다니…. 늘 일상에 쫓겨다니다가 모처럼 나선 두류공원의 저녁 나들이가 나를 이처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니. 그 날 후배가 연출한 연극 또한 붉은 저녁노을이 환호하는 듯 감동적으로 막을 내렸다.내년부터 월드컵 축구대회,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와 같은 굵직한 국제적 행사가 이곳 대구에서 치러진다. 특히 우리고장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2003년 대구U대회는 세계에서 몰려온젊은이들이 대구의 이러한 아름다운 나무와 숲이 우거진 자연 환경과 독특한 전통과 문화를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 축제이자 문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개최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지나친 장사 속을 내보인 대회라고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물론 대구에서 열리는2003년 대구U대회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경제 대회로 치러져야 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울러 2003년 대구U대회는 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깨끗한 환경도시, 세계적인 섬유 패션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기술대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시는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 환경이 가장 찌들고 오염된 것을 상징하는 페놀사건이 터진 도시였다. 대학시절 모꼬지를 위해 간혹 찾았던 강정나루는 늘 검정 시궁창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파계사 길목 금호강물 역시 검게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죽은 강이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전국을 놀라게 했던 페놀사건이 터진, 대구를 흐르는 죽음의 강물이 최근에는 2급수에 가까운 청정수로 바뀌어 무태 금호강 강가에 낚시꾼들이 줄을 이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대구도 엄청나게 바뀌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2003년에 개최되는 이 대구U대회가 대구를 한 단계 더 높은 환경 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절호의 계기임을 시민들은 알아야 한다. 이런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구시에서는 이러한환경 기반 시설을 더욱 확충해 나가는 한편 시민들은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깨끗한 대구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2003년 대구U대회는 문화축제라고 한다. 젊은 세계 대학생들의 꿈과 낭만이 어우러지는 스포츠 축제인 동시에 인종과 사상과 종교의 벽을 뛰어 넘어 하나가 되는 꿈을 실현하는문화축제인 것이다. 성공적인 문화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지역의 전통문화 유산을 디지털화하여 적어도 대회가 열리기 1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젊은 대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려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직접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관광 코스를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남평문씨 본리 세거지나 옻골최씨 전통마을, 도동서원, 녹동서원, 육신사 등을 연계한 전통선비마을 답사 코스를 통해 한국의 전통 예절, 의상, 음식 등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여 한국의 인상이 오래도록 남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인상 깊은 한국 전통문화의 체험 기회는 우리나라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문화 투자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하나 되는꿈(Dream for Unity)'이 영그는 대구, 아름다운 대구 만들기를 위해 이제 시민들이 '벽을 넘어 하나로 꿈을 펼쳐 미래로'가는 길목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이상규 경북대교수·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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