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은 줄 알고 30년전부터 제사를 지냈는데...".
6.25때 헤어진 남편 신용철(72)씨가 북측 방문단 명단에 들어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순애 할머니(74.대구시 남구 봉덕동)는 '전차에 쿵 하고 부딪힌 듯 하다'며 실감이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남편과의 재회는 이씨가 10개월된 외아들을 데리고 시댁이 있는 인천에서 대구 친정집에 쉬러 왔다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헤어진지 50년만이라고 했다.
친정에 의지한 이씨는 수절을 하며 외아들을 키웠다. 남편의 소식을 접할 길이 없자 30년전에 사망신고를 내고 음력 9월9일에 남편의 제사를 모셔왔다. 제사때 지방이 항상 끝까지 타지 않아 남편이 혹시 살아있는 건 아닌지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불행은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 온갖 궂은 일을 하며 자신을 키운 어머니께 효도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들이 지난 87년(당시 38세)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달리했고, 며느리와 어린 손자만 남았다. 그 며느리(51)도 5년전 결핵 수술을 받은 뒤부터는 아무 일도 못하고 쉬는 형편이다. 이씨는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파출부 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16일에 오는 남편은 북한에 처와 2남2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그동안 많이 야속하기도 했는데 이젠 다른 사람 일처럼 느껴져요. 남편을 만날 날이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먼저 떠난 아들이 자꾸 눈에 밟히네요"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6.25때 연락이 끊어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 최성구(67)씨가 자신을 찾아 서울에 온다는 소식에 동생 갑락(64.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작은형이 퇴각하는 인민군에 끌려갔다는 가족들의 말만 듣고 50년이 넘도록 찾아볼 생각도 못했어. 그런데 이제 닷새 뒤면 만난다니 정말 믿겨지지가 않아"
6남매의 다섯째로 경북 안동시 남선면 구미동에 살던 최씨가 바로 위 형이었던 성구씨와 헤어진 것은 지난 50년 9월. 인민군이 국군의 반격에 밀려 안동에서 퇴각하면서 안동사범병설 중학교 1학년이던 형을 길 안내로 삼겠다며 끌고 가면서였다.
부모님은 10여년전에 돌아가실 때까지 넷째가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어머님께서 이 소식을 아시게 된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30년이 넘도록 매일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셨는데..."
갑락씨의 형은 지난 봄 이산가족 서신왕래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생존을 남쪽 가족에 알렸다.
"원산에서 중학교 교편을 잡으셨다고 그러시더구만. 어릴 때 우리 6남매가 된장찌개와 열무김치 밥상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 지 잊을 수가 없다는 거야. 안동에 계시는 누님(최순행.70)과 한동안 얼싸안고 울기만 했어"
"형은 체격이 좋았지. 그동안 사진 한 장 없이 지냈으니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최씨는 "자식 녀석들도 숙부를 빨리 뵙고싶다며 난리야. 형에게 무슨 선물을 해야할 지 고민인데"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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