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청일기 쓰기=대구 감삼초교 3학년 5반 어린이들과 이은생 교사는 'TV 시청일기' 쓰기 수업을 했다. 'TV 시청 계획 세우기'에 이은 두번째 시간.
여기서 나타난 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는 만화영화가 압도적으로 꼽혔다. 두가지씩 고르라는 물음에 44명 중 34명이 이걸 꼽았던 것. 다음은 쇼·오락(16명), 드라마(14명) 순이었다. 쇼·오락을 보는 어린이들은 주말 공중파 방송의 쇼 프로그램을 주로 본다고 했지만, 케이블TV 게임채널을 매일 한두시간씩 본다는 어린이도 여럿이었다. "재미 있고 웃긴다" "놀 사람이 없고 심심할 때 좋다" 등이 이유였고, 게임채널은 "새로운 게임을 알 수 있어서" "게임 방법·전략·전술을 배울 수 있어서" 본다고 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문제점도 알고 있었다. 초교 3년생이었지만 인지수준은 어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 "계속 보고 빠져들게 된다" "밥도 안 먹고 보거나, 숙제를 안 하고 보기도 한다" "채널 때문에 가족끼리 싸울 때가 있다"…
"위험한 장면을 따라하게 된다"는 얘기가 나와 자세히 물었더니, 실제 따라 하다가 위험한 경우를 겪거나 그렇게 되는 경우를 지켜본 어린이들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가 팔·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심한 장난 때문에 다치기도 하고, 싸움할 때도 어른들처럼 주먹과 발을 쓰는 등 과격해졌다는 것이었다.
TV 시청 일기는 이렇게 진단해 본 뒤 쓰도록 했다. 여기서도 어린이들은 자신의 TV 시청 습관 및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고민하고 짚어내고 있었다. 자신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을 사례로 들어 문제를 분석한 경우도 더러 눈에 띄었다.
◇시청일기 쓰기의 성과=이은생 교사는 "생각보다 어린이들의 이해도가 높고 흥미도 나타내 일기 쓰기가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또 그럴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학반 손다영 어린이가 쓴 시청일기를 한번 보자.
〈다영이의 시청일기〉
아이들에게 유익한 프로와 그렇지 않은 프로는 무엇일까? 우리반 아이들과 오늘 같이 토론해 보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는 모두 '파워 디지몬' 등 흥미진진한 만화였다.
나는 "이 만화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폭력적이기 때문이었고,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말했다. 파워 디지몬은 악의 디지몬과 싸우지만 죽거나 다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어린이 뉴스 탐험 505'란 프로를 본다. 이 프로는 테러 참사 등 각 나라나 지역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자세히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폭력적인 장면으로 순수한 마음을 빼앗는 프로는 보지 않고, 유익한 프로를 많이 보아야겠다.
◇가정에서 해 볼 일=TV 시청일기는 자신의 TV 시청 태도를 스스로 알아보기 위해 매일 써 보는 일기이다. 이를 통해 시청 태도를 고치는 게 목적. 부모들 입장에서는 쉽게 여기겠지만, 일기나 숙제에는 짜증부터 내는 게 어린이들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렇게 보면, TV 시청일기 쓰기 성패의 첫 단계는 그 일에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느냐에 있는 셈이다. 이럴 때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일반 일기 쓸 소재가 없어 끙끙대는 어린이들에게 TV 시청일기로 대신하게 하면 좋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TV 시청은 평상시와 똑같이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보던 프로그램을 금지시키거나 억지로 교양 프로그램을 보게 할 필요도 없다. 일기를 쓸 때도 굳이 그날의 시청 프로그램 전부를 소재로 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다루도록 한 뒤 점차 넓혀 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TV 바로보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다. 함께 시청 계획표를 짜 보고, 함께 보고, 더불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성과를 거두는 관건인 것. 그렇게 하면 대화 소재가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는 부모와 자녀 간에 TV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좋은 도구가 되기까지 한다.
시청일기 쓰기에도 같은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자 보고 혼자 쓰게 만든다면 어린이들은 이내 지친다. TV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일기를 쓴 뒤에 부모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어린이들이 의욕을 보이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기에 나타난 지적이나 문제 제기를 높게 평가해 주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족이 함께 실천한다면 기대 이상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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