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아래 28번 국도 변에는 요즘 마늘 파종으로 분주하다. 소위 '난지형'이라 불리는 외래종 마늘이 작년에 비해 그 재배 면적이 많이 늘어났다니 저 대안 없음의 막막함과 어처구니없음이 차례로 가슴을 친다.
작년,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전면 수입중단이라는 기막힌 선언으로 286%나 되는 긴급관세 장벽을 일거에 뭉개버린 중국을 떠올리게 하는 마늘. 내공이 육십갑자가 넘는 중원고수가 펼친 절세 무공 앞에 벌벌 떨기만 했던 웃지 못할 한 나라의 통상외교가 우리를 얼마나 열패감에 떨게 했던지……. 그리하여 많은 농가들이 마늘을 포기하고 양파로 몰려 양파 값을 폭락하게 하더니 올해 마늘로 재미를 본 뒤 너도나도 그 쪽으로만 몰려간다.
지난 봄, 전국의 마늘 주산지마다 농민단체들이 오성홍기를 불태우며 마늘밭을 갈아엎는 항의시위 끝에 중국산 마늘을 전량 제3국으로 역수출하도록 하는 정부의 양보를 받아내자 비로소 산지 거래가 이루어졌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년에도 정부가 중국산 마늘을 올해처럼 제3국으로 역수출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농민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농산물은 ±5%에서 폭락과 폭등의 희비가 교차한다. 농민들이 알아서 생산량을 조절하지 못하고 언제까지 정부에게 책임을 돌릴 것인가. 정부의 역할은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물량의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고 수급조절 기능뿐이다. 농민들 스스로가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조절할 때 가격보장은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지난 두 해에 걸쳐 중국과의 통상외교에서 굴욕적인 자세를 버리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안하무인격인 중국의 부당한 요구를 묵살하지 못한 사대외교가 국민들의 자존심은 물론 국내 생산기반까지 붕괴시킨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농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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