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경쟁력 위주의 농정으로 급변신하며 구조조정에서 버릴 것은 과감히 도태시킵니다. 그리고는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요". 작년부터 현지에서 중국 농업의 변화를 지켜 봐 온 주중 한국대사관 홍성재 농무관은 부러운 듯 "우리도 과연 이럴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사회주의 체제까지도 상당폭 미련없이 내던지는 과단성, 명분보다 실익을 챙기는 일관성… 그런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중국은 알려진 대로 1978년 덩샤오핑 등장 후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을 내걸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특이한 노선을 택했다. 개혁.개방이 시작됐고 농업과 공업.과학기술.국방 등 4대 현대화가 시작됐고 그 필두는 농업이었다.
농업에선 먼저 집단생산제를 내팽개쳤다. 대신 땅 소유권은 국가가 갖되 경작권은 개인에게 주고 생산물 상당량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하는 이층경영(二層經營) 방식을 도입했다. 사회주의 기반에다 자본주의 경영방식을 접목시킨 셈. 1980년 도입된 이 제도는 3년만에 농가 참여율 99%를 기록했다. 농업도 자연스레 전문화.규모화 되고 생산성이 향상됐다.
산둥성 외사판공실 아주처(亞洲處) 슈샤오츈(徐曉春)씨는 "땅을 재임대하거나 경작권을 팔 수도 있게 돼 농민들의 영농의욕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했다. 지린성 농업위원회 대외경제처 한 간부는 "새 제도 도입 뒤 신품종 개발, 생산성 향상, 농민 수입 증가 등에서 괄목할 성과가 대번에 나타났다"고 했다.
그것만도 아니었다. 국가 기관들에도 인센티브제가 도입됐다. 랴오닝성 농업과학원 경우 제도 변화 후 자체 종묘회사를 설립했으며, 신화쥰(辛華軍) 외사처장은 "그 후 고소득 품종 개발로 과학원에도 수입이 생겼다"고 했다. 산하 작물소의 양전(楊鎭) 부소장은 "우리는 연구사가 신품종을 개발하면 승진 혜택을 주고 상업화되면 이익금 일부도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벼 품종 개발에 종사하며 5개 신품종 보급에 성공했다는 벼 재배실 쟝옌즈(張燕之.여) 연구원도 인센티브제 성과를 누누이 강조했다.
나아가 농업 발전을 위해 중국은 국방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싱훠(星火) 계획'을 1986년에 시작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우리의 새마을 공장 비슷한 '향진(鄕鎭)기업'을 육성해 농촌 공업화도 병행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1990년대 중반엔 성(省) 별로 식량의 생산량뿐 아니라 가격 안정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성별 생산책임제'를 시행, 생산량 5억t 및 자급률 95% 달성, 그걸 위한 농지 1억1천만ha 확보 등의 식량공급 체제를 다졌다.
채소 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별도의 정책이 시행됐다. '채소 바구니 정책'(菜藍子工程)이 그것으로, 덕분에 채소시장 개방과 자유로운 채소 유통이 가능해졌다. 가격 역시 정부 및 공급기관의 일방 고시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정부 협의를 거치는 변동 가격과 자유시장 가격제를 병행하는 것. 이는 가격 안정도 도모하면서 생산 의욕도 높이는 것이었다.
랴오닝성 농업기술 보급센터 자오이핑(趙義平) 채소과장은 "야채 면적이 경지의 3%에 불과하지만 연간 30만t(2억 달러)이나 일본.러시아 등으로 수출할 정도로 채소 농업이 발전했다"고 했다. 그런 배면에는 한국산 종자까지 수입해 재배하는 총력 전략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 중에 작년에 농업개혁 사업이 시작돼 중국농업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뭔가 한단계 더 나아간 전략 같아 보인 이 사업으로 소비자의 입맛 변화, WTO 개방시대 등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10년 전 시작된 무공해 친환경 농업 강조, 1995년에 시작된 양(量)에서 질(質) 중심으로의 변화 같은 것들의 연장 선상에 있는 것인가 싶었다.
특히 품질 위주로의 농정 변화는 단호했다. 저품질 벼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매가격을 떨어뜨렸고, 드디어는 수매제 자체마저 폐지했다고 했다.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올해부터 저품질 농산물의 시장 유통을 억제하는 정책까지 집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대신 중앙정부는 각 성 정부의 농산물.식품 박람회를 지원하며 해외 농업 전문가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린성 창춘 주재 강원도 무역사무소 유원종 대표는 "중국서는 농산물 박람회가 많이 열려 고품질 농산물 정보가 매우 빠르게 교환되고 있다"고 했다.
한때 유행했던 말은 "한국의 1년은 세계의 10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유행어는 "중국의 1년은 한국의 3년"이라고 했다. 게다가 중국은 2008년 올림픽까지 유치해 놨으니 어쩌면 한국의 10년을 1년만에 따라 잡을지도 모를 성 싶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