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주5일제 찬가

'지난 주말은 정말이지 꿀맛이었어'. 토·일 이틀을 아는 이의 별장에서 지냈다는 친구는 들떠 있었다. 그는 주5일제가 그렇게 좋은 지 몰랐다고 수다를 떨었다. "우선 주말이 와도,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때문에, 떠나기 바쁘게 돌아와야 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꼼짝하기 싫었던 종전과는 완전 딴 세상이야. 온가족이 금요일 밤부터 '이틀 연휴'에 대한 낯선 설렘으로 좋아하는 모습이 그랬고, 출근길과 반대로 운전하는 토요일 아침의 '반란'이 신나더군. 이슥토록 술잔을 꺾으며 선연한 별자리와 마주치는 감동은 말할 것도 없고…".

부러웠다. 친구의 주5일 근무 얘기는 공연히 마음을 흔들었다. 시나브로 '토요일 휴무'의 상상에 빠져들었다.

…일단은 마음놓고 찾아갈 처소가 있어야겠지. 그 곳은 산과 강이 세상을 막고 서 있으면 좋겠어. 너무 멀어도 곤란할 거야. 누구처럼 전원주택이 어려우면 지인의 시골집이나 별장을 찾아 보지 뭐. 어떤 날은 하루종일 바흐를 들을 거야. 늦은 아침을 먹고 개망초 자욱한 강가를 헤매다 골트베르크 변주의 아득한 아름다움에 취해 낮잠을 즐길거야. 저물 무렵에는 무반주 첼로를 들으며 중년의 막막함, 그 쓸쓸함으로 망연해 지고 싶어.

가끔씩 국토기행류의 2박짜리 원행도 다녀볼 만 해. 늘 돌아올 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내던 곳들이 목적지겠지. 가을날에는 도보 여행도 해 보고 싶어. 미치도록 푸르른 날, 깊은 산 그 적막속으로 잠적할 거야. 그러면 덜 시시해질지도 모르잖아.

그도 저도 않을 때는 그냥 빈둥거리지 뭐. 가까운 이들과 삼겹살을 굽기도 하고…이미 격주 형태로, 또는 전면적으로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는 이들이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봉급쟁이들은 지금 토요 휴무가 가져올 감흥으로 설레고 있다. 아직 노사정간에 최종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하나 주5일제는 대세이고 시행 또한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근로에 바치고 있다. 그같은 사실은 세계가 인정하고 노동부가 나서서 확인할 정도다. 최근에 나온 각종 세계 보고서를 보자. ILO가 지구상의 200여 전국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근로자 1인당 평균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1위를 차지했다. 2천474시간. 1년동안 10위인 독일보다 무려 1천시간 가까이 더 일했고, 6위인 일본보다도 600여시간을 더 근로에 빼앗겼다.

한 세계적 시장 조사기관의 보고서도 같은 분석이다. 한국 노동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5.1시간, 조사대상 32개국 중 가장 많다. 평균치가 44.6시간이니 우리는 주당 10.5시간을 더 일한 셈이다. 이런 우리의 근로시간은 유럽으로 치면 1930년대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다른 나라는 계속해서 법정근로시간 단축 투쟁을 펼치고 있다. 그 지향점은 토머스 모어가 꿈꾼 유토피아인지 모르겠다. 그 곳에서 하루 노동은 6시간이다. 그 걸로 사회적 욕구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그 보다 더 나가고 있다. 하루 4시간 노동제가 가능하며, 그로 인해 모두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양의 어떤 이상주의자들은 하루 3시간 이상의 일은 무의미하며, 나머지 시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오늘날 프랑스의 주35시간 시행을 볼 때, 그같은 주장들이 전혀 허황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한 세계적 흐름에 비추어 보면 우리사회의 주5일제 논란은 과도적 진통일 뿐이다. 10년전, 주48시간에서 주44시간으로 줄 때도 우리의 기업환경을 무시한 섣부른 조치라고 펄펄 뛰는 반대는 있었으니까. 다만 '아직은 아니다'며 수년 연기를 호소하는 기업인들과, 주5일 근무는 모든 산업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몰고 올 것이라는 노동부의 주장이 어떻게 접점을 찾을 지 지켜볼 일이다. 어차피 가야하는 길을 앞에 두고 말이다.

그나 저나 주5일제 타령을 배부른 소리라고 쏘아 볼 지 모를, 저 수십만 청년실업의 무리는 어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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