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이후 올 봄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던 대구의 아파트 시세가 지난 7월부터 기력을 잃더니 가을 이사철을 맞았는데도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구시내 부동산업소에는 최근들어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하나, 둘 연락처를 남기고 가지만 정작 매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잠잠한 상태다.
부동산시장에서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지난 6월 이전의 시세를 고집하는 반면 "사겠다는 사람"들은 현재의 경제상황과 불투명한 경기전망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저울질하는 바람에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매매공백'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이모(59)씨는 49평형 아파트를 1억9천만원에 팔려고 부동산업소에 내놨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새 아파트로 이사 하려던 계획을 포기했고, 최모(57)씨도 60평형 아파트를 부동산업소에 매물로 내놨지만 상당기간 팔리지 않아 그냥 눌러 살기로 마음 먹었다.
이처럼 요즘 부동산시장에서는 호가(呼價·팔려는 사람이 부르는 가격)대로 거래가 되지 않고, 그 이하의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아파트 가격은 종전보다 다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구시내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측의 분석이다. 부동산 '매매공백'의 원인은 미국 테러 사태로 뚜렷해지고 있는 경기불황에다 국내 경제연구소의 장기 경기침체 전망이 겹쳤기 때문.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갈등을 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주택건설업자 등 전문가들 역시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유 자금으로 아파트 등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대구의 경우 올해만 넘기면 아파트 신규 공급난이 완전히 해소돼 넓은 평수를 중심으로 가격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돼 기존의 아파트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숨고르기' 상태에 있는 아파트 전세금의 경우도 더 이상 강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의 경우 서울 등 수도권과는 달리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3년간 중단되다시피했던 아파트 신규 공급이 올 들면서 본격적으로 재개 됐기 때문이다. 올 연말(수성구 시지택지지구 태왕아파트)을 시작으로 민간 및 공공부문(주공 등)의 신규 아파트단지들이 속속 입주를 시작할 경우 당장 전세금 하락현상은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승세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경기 전망이 불투명 하고, 기존의 아파트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신규 분양 아파트에 주목할만 하다. 특히 내집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실수요자라면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헌집보다는 새집이 수요층이 두텁고 당분간은 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운 좋으면 분양권 전매로 상당액의 '프리미엄'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아파트의 또 다른 매력은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것 보다 자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 기존 아파트를 살 때는 계약금, 중도금, 막대금 등으로 나눠 비교적 짧은 기간내에 아파트값을 완불해야 하지만 분양의 경우는 분양가의 15~20%만 계약금으로 낸 후 나머지는 중도금과 잔금으로 나눠 내면 된다. 그만큼 초기 투자비용이 줄어드는데다 중도금의 경우도 사전에 납부일이 정해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특히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는 내년 말까지 분양받으면 양도소득세나 등록세, 취득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청약예금 가입자라면 '좋은 위치, 적당한 가격'의 신규 공급 아파트가 나온다면 청약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내년 초까지는 가급적 청약을 신청해보는 것이 좋다. 지난해 3월 청약예금을 모든 시중은행이 취급하면서 만 20세이상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확대한 후 신규 가입한 청약자들이 내년 3월이면 1순위 대열에 합류, 그만큼 경쟁률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청약하기 전 분양회사의 재정 건실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시공중 부도로 낭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아파트의 경우 사업승인 전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을 받았기 때문에 시공사가 부도 나더라도 원금을 떼일 위험성은 없지만 입주지연은 피할 수 없다. 시공사가 부도나더라도 예전처럼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날리는 불이익은 당하진 않는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계약금을 고스란히 돌려받거나 최악의 경우엔 '우방 드림시티(대구시 달서구 죽전동)'나 '정화팔레스(수성구 상동)'처럼 대한주택보증이 직접 시공을 하기 때문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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