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커스-민주 내분 수습혼미

당 혼란 수습책으로 나온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일괄사퇴가 엉뚱하게 대권주자들간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화됐다. 지도부 공백사태의 와중에 당정쇄신 문제가 후보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문제로 비화되면서 대권주자들간의 견제와 암투가 본격화 된 것이다. 특히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내분 수습을 뒤로 미루는 바람에 이같은 혼란상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우선 최고위원 전원사퇴 후 제기된 이인제 최고위원의 '음모론'이 대권주자들간의 암투를 촉발시켰다. 이 위원이 제기한 음모론의 핵심은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유도한 측에서 당권장악을 위해 자신을 배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음모론의 당사자로 한화갑 최고위원을 꼽았다. 이 위원측은 "상황을 변화시켜 본선경쟁력이 가장 높은 이 위원을 흔들고 당권만 손에 넣겠다는 의도를 가진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측의 한 의원은 "대선주자에게 대표를 줘서는 안된다"면서 "실세대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위원측은 현 지도체제 개편도 크게 반기지 않는 눈치다. 자칫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대권주자중 한사람이 대표를 맡을 경우 자신의 대선가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다른 대선주자들은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지도부 공백이 생기면서 이 위원이 대통령을 향해 모종의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최고위원측은 "이 위원이 어제 아침 한광옥 대표를 만났기 때문에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 것"이라면서 "대통령과 '쇼부'를 치려한다"고 말했다. 당정쇄신이 후보선출이나 전당대회 문제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김중권 최고위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특히 노무현 최고위원은 4일 전남 담양군에서 열린 광주북을 지구당원 수련회에 참석,"차기를 노리는 사람의 정치계산 때문에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누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을 공격하고 심지어 항복을 요구하는 것은 집권당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율성도 없이 청와대 눈치나 살피고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루는 당의 시스템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말은 결국 평소 대결·갈등관계에 있고 또 추월목표이기도 한 이 위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한편 이-노 두 사람의 직접적인 격돌에는 한 발 물러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민주당 내분사태에는 누구보다 적극 개입, 뉴스를 만들어내는 김근태 최고위원은 "인적쇄신 없이는 레임덕의 조기가시화가 불가피하다"며 동교동계 해체론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선 인적쇄신론자들과의 연대와 제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민주당 내분사태에 대권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합종연횡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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