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경계지으며 분절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많은 학자들이 문명의 투쟁(충돌)을 얘기하는데 그 밑에 종교가 있다"
'만행-하바드에서 화계사까지' '선의 나침반' 등 베스트셀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 푸른 눈의 현각(玄覺·38.미국인, 속명 폴 뮌젠) 스님이 6일 자신이 주지로 있는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 어래산 현정사(現靜寺)를 잠시 떠나 영남대 인문관 강당에서 '참다운 종교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강연에 나섰다.
현각 스님은 최근 미국 테러 대참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 등을 염두에 둔 듯 서두를 이렇게 꺼낸 뒤 작금의 상황을 "그 옛날부터 끝나지 않은 종교전쟁"으로 규정했다. 서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일신교 싸움이란 것이다.개구쟁이 미소년같은 해맑은 얼굴에 능숙하지 않은 한국말씨의 그는 그럼에도 이날 강연을 시종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사유할 가치의 화두를 한 가슴 잔뜩 채워주고 있었다.
현각스님은 서울 지하철에서 법복을 입고 앉아 있는데 '오직 믿으라'고 마구 소리치고 다니는 사람이 자신을 보더니 '왜 예수를 믿지 않느냐'고 따지기에 '당신 때문에 그렇다'고 대꾸해 줬다는 예화를 들고는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종교적 우월주의가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면 멈춘다. 그런데 사람들이 종교에서 사탕과 같은 것을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진리보다 감정, 느낌에 좌우된다"고 안타까워한 그는 "부처님과 예수님과 가깝게 되고 싶은 나(我)를 모르고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라며 결국 '참 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문(입)을 길게 열기 때문에 고통이 크다. 입을 떼면 불교도 만들고, 나도 만들고, 다른 종교도 만든다. 입을 닥치자".
현각스님은 작년 11월초부터 영주에 머물며 100일 용맹정진을 했던 것을 계기로 현정사 주지를 맡게됐다. 그동안은 서울 화계사, 계룡산.지리산 기슭의 암자 등을 오가며 수행해 왔었다. 그는 1964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출생, 예일대학에서 철학.문학을 공부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및 미국 하바드 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연구했다. 미국에서 포교 중인 숭산스님 설법을 듣고 1992년 중국 남화사에서 출가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