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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취미가 뭐죠?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브르디외는 취미(Taste)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지에 대해 흥미있는 연구를 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취미(Taste)는 개인의 기질에 따른 단순한 취향이나 소박한 기호(嗜好)가 아니며, 한 때 풍미하고 사라지는 '그저' 유행인 것도 아니다. 취미는 사회 특정 집단의 의식을 담아내는 척도가 되고 나아가 그것이 척도가 되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있다. 주류로 작용하는 취미는 대단한 억압과 강요를 통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배 고프면 밥먹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장악해오는 것이 특징인데,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마취도 쉽고 그만큼 자각도 어려운 것이 우리의 취미구조이다. 더군다나 대부분 자신의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통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서 반성의 여지없이 얼마나 완고한지. 바로 이런 경험의 확실성 때문에 한갓 '취미'로 인해 껴주고 안껴주는 배제와 소외가 일어난다. 브르디외식으로 말하면 비슷한 문화적 체험을 공유한 집단의 의식은 취미를 통해 뚜렷이 구별된다는 이야기다. 동네 공중목욕탕파 아줌마와 호텔 사우나파 아줌마 사이의 우정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다른 장소의 선택은 이미 취미가 다른 것이고, 이 '다름'은 '위화감과 자부심'으로 심리적 억압기제, 콤플렉스가 된다.

삶을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미적(美的)인 선택능력으로서의 취미는 고도 소비사회로 진입할수록 자본(돈)의 투자량에 근거를 둔 콤플렉스에 따라 작동하고, 이것이 집단무의식으로서 작동되는 것 같다.

요즘 보도를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는 명품바람을 보면 사실 자명하다. 싸늘한 냉기에 철학하기 좋은 날 우리는 '나의 취미'라고 하면서 무엇을 좇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사실, 취미에 대한 관용이 곧 그 집단의 문화지표이며 '세련'의 정도이기도 하다. 남인숙(갤러리 M큐페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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