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분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이 구상중인 중대결단이 총재직 조기 사퇴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김 대통령의 중대 결심이 무엇이냐를 두고 여권에서는 저마다 다른 추측들을 내놓고 있으나 "총재로서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김 대통령의 언급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들을 종합해보면 김 대통령이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무회의에서 발표하겠다는 것은 미봉책으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충분히 듣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큰 조치가 나올 수 있다"며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김 대통령이 이같은 결심을 하게된데는 우선 현재의 정치여건에서 여당총재로서의 정치적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정국구도는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절대 과반의석에서 1석 부족한 136석을 가지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자민련과의 공조도 파기돼 우군을 잃었다. 구조적으로 김 대통령이 자신의 구상대로 정국을 이끌어갈 수 없게 돼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대통령은 여당 총재직에 집착할 경우 임기후반 내내 레임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김 대통령이 적어도 경제회복과 남북관계 진전만은 어떻게든 성과를 남기겠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즉 여당 총재직을 버리면 대선의 주요 변수로 김 대통령의 역할을 생각해온 이회창 총재로부터 국정운영의 협조를 얻을 수 있고 경제문제나 남북관계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로 마음을 굳히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의 여권 내부 상황을 들 수 있다. 10.25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공방이 격화되면서 내분사태가 통제불능의 상황까지 왔고 이 과정에서 소장파 의원들이 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나서자 차라리 어느 정파에도 기울지 않는 중립적 입장에서 임기말을 맞는 것이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더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김 대통령의 총재직 조기 사퇴 결심은 여소야대라는 외환(外患)과 여권의 내분이라는 내우(內憂)가 겹치면서 김 대통령이 국정과 당의 운영 양쪽 모두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결과에 따른 것이란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여권에서 김 대통령이 차지하는 무게를 생각하면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조기 사퇴하더라도 모든 권한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는게 정치권의 관측이기도 하다. 즉 총재직 사퇴로 2선 후퇴의 모양새를 갖추면서 막후 조정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여전히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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