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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어수선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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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의 풍경들은 참으로 우울했다. 뉴라운드니 쌀 위기니 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7개월 넘게 이 문제를 시리즈로 다뤄오다 마침 이날 마지막 원고를 넘기고 출입처인 경북도청·경찰청으로 가는 길. 겨울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찬바람을 맞으며 물오리 수십마리가 깃털 속에 머리를 틀어박고 움직일 줄 모르는 신천의 도청교를 건너는 중이었다.

웬 사람들일까? 도청 담장을 따라 난 인도에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가는 방향이 도청 동편에 있는 체육관인듯 했다. 방금 끝난 민방위 훈련 때문에 묶였던 사람들일까? 그러다 퍼뜩 어느 정치인의 후원회가 그곳에서 열린다던 얘기가 생각났다.

경북경찰청부터 들렀다. 그곳은 무척 어수선했다. 어느 과장은 낮술이 과했는지 얼굴이 불콰했다. 며칠 전부터 청장이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최근 며칠 사이 몇몇 간부들은 한곳에 몰려 한가로이 훈수를 둬 가며 바둑에 정신이 팔려 있었었지. 모두들 청장이 바뀔 경우 자신이 어디로 갈 것인지에만 관심이 팔려 있는 것일까?

발길을 경북도청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곳 사정도 별다르지 않았다. 어느 간부는 그 정치인 후원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관심이 지대했다. 어디 옮겨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진작부터 활발히 움직이더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적잖은 다른 간부들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고 어떤 직원은 귀띔해 줬었다.

돌아서 도청을 나서는 길. 점차 나목이 돼가는 감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거기 달린 감을 같은 구내에 있는 경찰청 경찰관들이 따 간다고 해서 도청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경찰관 도둑을 잡으라"는 분노가 떠들썩했던 나무였다. 하지만 그 뒤에도 감은 계속 없어졌다고.

도청 앞 네거리.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정치인 후원회 행사를 마친 인파 같았다. 경남북은 물론이고 멀리 춘천에서까지 온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일대를 에워싸고 있었다. 바쁜 추수철에 이 많은 농민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이곳까지 왔을까?

뉴라운드가 출범된다고 해서 온 신문들이 난리를 피우는 중이 아닌가? 뉴라운드쯤은 예사롭고, 후원회와 공무원들의 인사만 중요한 것일까? 깊어 가는 가을, 벼가마를 쌓아놓고 한달도 넘게 땅을 치고 있는 농민들의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듯 했다. 다음주쯤 최고위층이 지역을 방문한다니, 완벽한 뉴라운드 대책이라도 발표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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