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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홍칼럼-사형제도, 폐지할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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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제도의 폐지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래도 한 단계 성숙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논쟁이어서 모처럼 기분이 좋다.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형을 언도 받을 수 있는 범법자는 국사범 아니면 반인륜적 살인범이다. 사형 제도의 존속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국사범에 대한 사형까지를 옹호하지는 않는 것이 이번 논쟁의 일반적 경향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이 완화되었다는 하나의 증거다.

문제는 살인 행위에 대한 단죄 수단으로서 사형 제도를 어떻게 보는가에 있다. 사람의 생명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살인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서 강력하게 단죄되어야 한다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살인범의 생명은 침해되어도 좋을 것인가? 그렇다면 살인범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고 보아도 좋단 말인가? 아니면 살인범의 생명은 다른 사람의 생명보다는 적어도 덜 소중하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있는가? 한 개인의 입장에서야 모든 사람의 생명이 똑같이 소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자식을 처참하게 살해한 살인범의 생명이 소중할 리 없다. 그러나 사회적 시각은 달라야 한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달리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다른 이유가 있을 필요도 없다. 우리가 인간이기에 인간 생명은 존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인간 생명은 존엄한 것일 뿐이다. 어떤 사람의 생명은 더 존엄하고 어떤 사람의 생명은 덜 존엄하다고 사회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람의 자식이면 모두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기준 이외의 어떤 기준으로도 존재 자체의 존엄성에 차별을 둘 수는 없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지배자와 피지배자,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건강인, 죄지은 사람과 선량한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그 어떤 차이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차별로 연결될 수는 없다.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대접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다르다고 해서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다르다고 해서 우등 인간과 열등 인간으로 나누어질 수는 없다.

자연사 이외의 죽음에 대해서 저항할 수 있는 권리는 모든 사람의 자연권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살인범도 예외일 수 없다. 한번 예외가 인정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어디 살인범뿐이겠는가.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이왕 사는 바에야 좀 더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것일 뿐이다. 사람답지 못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의지는 개인적으로 존경받을만 하다. 그러나 사회가 그럴 수는 없다.

조화로운 상태가 애초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사회적 조화를 누리고 사는 것은 우리 모두가 부단히 갈등을 해소해 온 결과다. 모든 사람이 갈등 해소의 주체로서 칭찬 받아 마땅하다. 일탈이 있었다고 해서 원초적 조화를 깨뜨린 자로 매도할 것 까지는 없다.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조화도 있을 수 없다. 갈등 해소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면 그만이다. 그 책임의 절대 한계는 바로 생명이다.

비록 살인범이라 할지라도 인간 생명의 소중함은 불가침의 절대 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구성원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차이가 다만 차이로 인정될 뿐, 그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 없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사형 제도의 폐지는 바로 이런 사회를 추구하는 우리 의지의 구체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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