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산돼지·고라니 등이 농사를 망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에 먹이가 충분치 않은 가을이나 봄철에는 일반 도로는 물론이고 고속도까지 진출, 시민들의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밤에 가족 단위로 떼지어 도로를 횡단, 잇따라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
◇사고의 현장들=지난 27일 밤 11시50분쯤 의성읍 철파리 구간 5번 국도에서는 대구 번호판의 택시 한 대가 멧돼지떼와 충돌, 택시가 크게 부서졌다. 현장을 목격한 의성의 개인택시 운전기사 윤모(48·봉양면)씨에 따르면, 사고 택시는 떼를 지어 도로를 횡단하던 멧돼지와 충돌해 멧돼지 새끼 4마리가 그 자리서 죽고 택시가 심하게 부서져 견인돼 갔다는 것.
지난 22일 새벽에는 안동 일직면 구간 5번 국도에서 도로로 뛰어든 고라니와 충돌해 택시 한대가 크게 파손됐다. 사고 택시 운전기사 김모(39·의성 봉양면 화전리)씨는 "새벽 3시쯤 손님을 태우고 안동으로 가던 중 고라니에 부딪혀 앞범퍼와 라이트 등을 고치는데 50만원이나 들었다"고 했다.
지난 23일 오후 8시쯤 청송 파천면 송강리 구간 국도 34호선에서 이스타나 승합차가 도로로 몰려 든 멧돼지 10마리와 충돌, 차가 크게 부서졌다. 운전자 박종대(30·청송읍)씨는 "차 수리비가 200만원이나 들었다"고 말했다.
청송 진보면 김춘삼(44)씨는 파천면사무소 앞 도로에서 승합차를 몰다 멧돼지와 충돌해 수리비로 70만원을 들였다고 했다.
지난 26일 밤 11시30분쯤 영양 일월면 문암리 구간 31번 국도에서는 갤로퍼 지프가 갑자기 나타난 멧돼지 2마리와 충돌했다. 사고를 목격한 김문한(67·수비면 계리)씨는 "그 중 한마리가 죽자 운전자가 싣고 갔다"며 "이 지점에는 야간 멧돼지 출몰이 매우 잦다"고 했다.
◇위기를 맞았던 사람들=영양 청기면 당리 권종호(53)씨는 지난 19일 밤 10시쯤 918번 지방도 당리재 구간을 지나다 급커브길에서 멧돼지떼를 만나 아찔한 순간을 맞았었다고 했다. 시장에 고추를 내다판 뒤 이웃 강정환(57)씨와 함께 트럭을 몰고 귀가하던 중 멧돼지떼를 만났다는 것.
또 의성군청의 한 공무원은 "최근 사곡 구간 도로를 운전하던 중 갑자기 멧돼지 10여마리가 떼를 지어 도로에 진입, 급브레이크를 밟는 등 혼쭐이 났었다"고 했고, 대구 박모(46)씨는 "지난 일요일 경남 창녕의 야산에 있는 선산에 묘사를 지내고 내려 왔다가 대낮인데도 차 밑에 고라니가 들어 가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식당 영업 때문에 영주∼춘양(봉화) 사이를 출퇴근하는 이경근(44)씨는 "야간에 36호 국도를 운행하던 중 노루 등이 갑자기 출현해 피하려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핸들을 급조작 하는 바람에 몇번이나 사고가 날 뻔 했다"고 했다. 이 구간에서는 거의 매일 치여 죽은 고라니·고양이 등 사체 3∼5마리가 발견되고 까치·까마귀가 그걸 뜯어 먹으려고 모여 있다는 것.
◇고속도는 더 위험=멧돼지는 심지어 고속도로까지 진출, 서보현(36·대구 복현동)씨는 "군위휴게소 인근 구간 중앙고속도에서 멧돼지 8마리가 갑자기 중앙분리대를 넘어 달려드는 바람에 충돌해 차가 크게 부서졌다"고 했다. 서씨는 "자칫 목숨을 잃을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며,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도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영주의 김선규(43가흥동)씨는 "지난 20일 밤 10시쯤 중앙고속도의 예천 및 영주 장수 구간에 갑자기 노루 2마리가 나타나 한 마리를 그대로 치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고, 성모(42·하망동)씨는 "지난 22일 오후 8시쯤 중앙고속도에서 안동 풍산 만운저수지 구간을 달리던 중 노루로 보이는 동물이 주행선에 쓰러져 있었지만 멈출 수 없어 그대로 밟고 지나쳐야 했다"고 했다.
◇충분한 사전 인식 필요=그러나 법률은 이런 사고로 야생동물이 죽을 경우 당국에 신고한 후 사체를 폐기 처분토록 규정하고 있어 운전자들은 사고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
멧돼지 등의 출몰이 갑자기 증가한 것은 산간지 고구마 등 수확이 끝나자 산짐승들이 먹이를 구하러 야간에 마을 인근으로 내려오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멧돼지 경우 어미가 10여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떼거리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어 차가 맞부딪칠 경우 인명사고 등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의성경찰서 황명인 교통지도계장은 "최근 산짐승의 도로 출몰이 급증해 심야에 산을 낀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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