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올 한해는 극명하게 명암이 교차한 한해였다. 미국과의 관계는 새로 출범한 부시행정부의 강경정책에 '9.11 테러사건'이 겹쳐 대립과 긴장의 연속이었던 반면 중국 및 러시아와는 연이은 정상회담을 통해 '신(新)북방 3각관계'를 정립했다.
남북관계도 양쪽 내부의 갈등과 2001평양통일대축전에서의 돌발사고, 금강산 남북장관 회담 결렬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주창한 '신사고 정책'에 따라 컴퓨터열풍이 가열되고 특히 '천년만의 왕가뭄'을 이겨내고 6년만에 식량이 증산되는 등 비교적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신 북방3각관계 정립
지난해부터 모색되어온 북한-중국, 북한-러시아간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1.15~1.20)및 러시아(7.26~8.18) 방문, 그리고 9월의 중국 장쩌민(江澤民)당 총비서겸 국가주석의 북한(9.3~9.5)방문으로 재정립됐다. 김 총비서와 장 주석은 두번에 걸친 정상회담서 쌍방 친선발전과 국제정세를 비롯한 공동관심사에 관해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며, 김 총비서와 푸틴 러시아대통령간의 회담에서도 시베리아철도 연결문제 등 쌍방 현안문제들이 폭넓게 논의되고 상당부분 합의를 도출해냈다.
새 경제캠페인 발기
지난 11월22일 경제부흥을 위한 새로운 슬로건으로 제시한 '라남의 봉화'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월 러시아 공식 방문을 마친 직후 현지지도한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함북 청진) 노동자들의 투쟁기풍을 전 사회에 일반화하자는 캠페인이다. 북한이 '라남의 봉화'를 새로운 경제 슬로건으로 내 건 것은 앞으로 강성대국 건설에 주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된다.
'신사고' 컴퓨터 열풍
세계적인 정보화 물결과 컴퓨터산업 발전추세는 김 총비서가 주창한 '신사고'와 맞물려 북한사회에 거센 컴퓨터 열풍을 몰고 왔다. 특히 김 총비서의 컴퓨터산업에 대한 관심은 소프트웨어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등에 컴퓨터과학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이 설치되기도 했다북한의 정보기술(IT)산업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볼 때 낙후된 하드웨어 부문과는 달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유망한 남북 협력사업으로도 꼽히고 있다.
5년째 가뭄…물난리
97년 이후부터 5년 연속 가뭄피해를 본 북한에서 지난 3월초부터 또다시 90여일 이상 가뭄 현상이 계속됐다. 이 기간의 강수량은 평균 18.3㎜로 예년 같은 기간의 11%에 불과했으며, 6월 초까지 가뭄 피해면적은 전체 농경지 면적의 72%에 해당하는 133만여정보에 달하며 감자와 밀, 보리, 강냉이의 80∼90% 이상이 말라 죽었다. 한편 강원도 지역에서는 지난 10월 9일과 10일 발생한 홍수와 해일로 3만1천채 이상의 주택이 파손됐으며 6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반 테러협약 가입 결정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지난 11월3일 '테러자금조달억제에 관한 국제협약'과 '인질억류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향후 미국에 의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가능성과 북미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약은 특히 지난 9월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테러자금조달 억제에 관한 국제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반테러 분위기에 합류하는 북한 당국의 의지 표현으로 분석된다. 이 조치에 따라 북한은 기존의 항공기 테러에 관한 4개 협약과 외교관 등 국제적 보호인물에 대한 범죄예방협약 등 이미 가입한 5개 협약과 함께 전체 12개협약 가운데 7개에 가입한 셈이 됐다.
남북관계 교착상태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온 대립과 반목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을 모색해오던 남북관계는 지난 3월초부터 정체상태에 빠져 들었다. 북측은 이에따라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남측의 비상경계조치를 이유로 이미 합의된 제4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10.16~18)과 태권도 시범단교환(10.20~22)을 일방적으로 연기시켰으며, 우여곡절끝에 금강산에서 열린 제6차 장관급회담(11.9~13)마저 아무런 합의없이 끝나고 말았다.
6년만에 식량증산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은 354만4천t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는 38% 증가한 것이고 지난 95년 이후로는 최대 규모이다. 북한의 내년 최소 곡물 필요량은 501만t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곡물 146만6천t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금년도 부족분 추정량 230만t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된 것이다.
8.15 평양축전 파문
사상 처음 남측 대표단이 참가한 올해 8.15 평양축전은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의 개폐막식 관련행사 참가와 만경대 방명록 파문 등으로 후유증을 남겼다. 이른바 '남남갈등'이었는데 이같은 우리 사회의 갈등은 향후 남북간 접촉과 교류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로 임동원 통일부장관이 국회의 해임안 통과로 해임됐다.
10기 4차 최고인민회의
지난 4월 5일 평양에서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4차 회의에서는 '강성대국 건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의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내각 최고책임자인 홍성남 총리가 의정보고에 나서 경제방침을 강력히 강조한 것은 내각이 '경제사령부'로 일컬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경제강국 건설에 주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北-美…서방외교 개선
대북 유화정책을 펴온 클린턴 정부에 이어 등장한 부시 미 대통령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깊은 불신은 북.미관계를 악화시켰다. 이에대해 북한은 남한이나 미국과의 관계개선 보다는 오히려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등과의 정상외교에 힘을 기울이면서 한.미.일 공조에 대응하는 북.중.러 신 3각 북방동맹 재정립으로 대응했다. 북한은 올해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독일 등 13개국과 수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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