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식투자 패턴 장기화 바람직

주식투자자 박모(42.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해 9.11 테러 사태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60% 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증권계좌의 잔고 평가액은 오히려 10%나 줄어든 탓이다.

박씨는 하루에도 주식을 수차례~수십차례씩 사고 파는 전업 데이트레이더. 지난해 9월 이전 약세장에서도 그는 매월 5% 정도의 수익을 냈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이후 우량종목 가운데 아무거나 사서 묻어 두었더라면 수익률은 100%는 넘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반면 주식초보인 남모씨(주부.39. 대구시 북구 팔달동)는 지난해 9월말 여유돈 200만원으로 지방은행주를 2천100원대에 매입했다. 그후 석달 뒤 주식을 3천700원대에 팔아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본 전씨는 보름 정도 쉬었다가 12월 중순께 당시 2천300원 하던 다른 지방은행주로 갈아탔다.

보유 주식이 4천600원까지 오르자 남씨는 지난 1월 중순 전량을 매도했는데 그의 잔고는 600여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잔 파도에 연연치 않고 주식을 중기로 보유한 덕이었다.

전업 투자자인 박씨보다 초보인 남씨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강세장으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짧은 조정 이후 주가가 더 올라 전고점을 경신하는 강세장에서는 단기 매매 전략은 수익률면에서 중장기 보유전략에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

수익률 게임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는 데이트레이더가 아닌 일반투자자도 마찬가지. 증권사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주가가 2~3배 이상 오른 종목들이 속출했는데도 같은 기간 고객들의 누적 수익률은 대개 20~30%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증권센터 관계자도 "회원 계좌의 잔고가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상승장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2000년 이후 하락장이 지속돼 오면서 이들이 단기 매매 패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서는 짧은 반등 이후 큰 폭의 하락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주식 보유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방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상승장에서는 짧은 조정과 큰 폭의 상승이 N자형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수익을 조금 내고 주식을 팔고 나면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되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상승을 멈추지 않은 주도주에 대한 추격매수를 부담스러워 하는데다 일단 차익을 실현한 종목이 하방경직성을 보인 뒤 재상승할 때는 선뜻 재매수하지 못하고 있는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못 오르는 종목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도 아직도 많은 일반투자자들은 '달리는 말'(주도주)에 올라타지 못한 채, 테러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들을 찾고 있거나, 움직이지 않는 종목에 자금을 묶어놓고 있다.

신한증권의 강보성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이후 상승장에서는 주가가 큰 폭으로 뛰는 '갭(Gap)상승'이 6차례나 나타난 반면 조정은 횡보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약세장에서 유리했던 단기매매는 갭상승의 수혜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수 대상을 핵심 종목으로 집중하고, 확실한 매도 신호가 나타나기 전에는 차익실현을 미루며 시장수준 수익률을 목표로 중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이버애널리스트 솔로몬은 팍스넷 전문가분석실을 통해 "상승장에서 여전히 분차트를 보고 매매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물리더라도 우량주에 물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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