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한방-호박

의료시설이 빈약했던 옛날 출산 후에는 호박을 달여 먹곤 했다. 또 먹을 거리가 많지 않았던 까닭에 호박씨는 아주 유용한 간식이었다.

호박은 박과에 속하는 식물 중에서 영양가가 가장 높다. 임진왜란 후 일본과 중국에서 들어왔으며 승려들이 먹다가 민간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여러 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민간요법에서는 주로 늙은 호박을 사용한다.

호박의 한약재명은 남과(南瓜)로 폐(肺)를 윤(潤)하게 하고, 기(氣)를 보충해 준다. 호박의 속은 열을 맑혀 주고 수분을 배출해 주며 해독하고 화상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호박은 산후 부기와 당뇨로 인한 부기를 빼는 데 효과가 커 한방요법에 많이 이용되었다. 호박의 황색 색소 베타카로텐은 부기로 인해 약해진 피부점막을 튼튼하게 해주고, 면역체 형성에 도움을 줘 병에 견디는 힘도 강화시켜 준다. 호박 당질의 일종인 펙틴은 유해물질을 흡착하여 체외로 배설되는 것을 도와주고, 이뇨(利尿) 효과도 있어 부기를 가라앉게 한다. 기운을 보(補)하는 효과도 있어 산후에 허약해진 기운을 보충해 주므로 병원이 없던 과거에는 산후 몸조리에 많이 이용되었던 것이다.

옛 한의서에는 호박을 많이 먹으면 각기(脚氣), 황달(黃疸)을 일으킬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것은 일시적으로 피부가 노랗게 되는 감피증(柑皮症; 카로티노이드 색소 침착에 의해 생기는 증상)으로 황달과는 다른 것이므로 걱정할 것은 없다.

호박의 성숙한 종자를 남과자(南瓜子)라고 한다. 살충(殺蟲)하는 효과가 있어서 회충, 요충 등으로 인한 복통을 치료하기도 한다. 그러나 호박씨는 많이 먹으면 기(氣)가 막히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호박의 당질은 소화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위장이 허약하고 마른 사람에게는 부식으로 좋고, 회복기 환자에게도 좋다. 인슐린 분비를 도와주는 작용이 있으므로 당뇨병 환자식으로 많이 추천된다. 긴 겨울밤에 잠을 잘 못 이루면 저녁식단에 호박국이나 호박죽을 끓여 먹으면 불면증, 뇌신경 불안증을 해소시켜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상석(대구시한의사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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