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갈비이름, 구제역은 간이역, 복상사는 절 이름, 으악새는 새 이름, 몽고반점은 중국 요리집.상식이 풍부하다는 이들도 모르고 우기는 것이 있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 누구나 나름의 평가기준으로'훌륭하다''시시하다'고 말하지만 양적 평가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래 전 연극인 장두이와 함께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영화'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보러 갔었다. 하지만 영화 매니아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두 사람은개봉 5분이 조금 지나 잠들고 말았다.
지난 10년 동안 1백50여만명이 관람했다는 뮤지컬 '넌센스'를 관람할 때도 그랬다. 화려한 무대장치와 컬러풀한 의상, 선명한 댄스를 눈으로 즐길 것으로 기대했다. 뛰어난 연주와 코러스, 독창이 귀를 기울이게 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바램은 적중하지 못했다. 무대에는 한 여배우의 개인기가 관객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광고의 힘을 빌고, 드라마 '여인천하'를 패러디하고, '전원일기'의 일용엄마를 흉내내고 있었다. 무언가 빠진 듯한 초라한 무대와 빈약한 출연진은 뮤지컬의 본질과는 무관한 듯 했다.
'적은 투자 알찬 수확'만이전부인 듯 했다. '나훈아 디너쇼'의 입장료는 10만원이 훨씬 넘는다. 저녁식사를 제공한다지만 대중이 지불하기에는턱없이 비싸다.
하지만 공연장에는 한때 방직공장의 월급을 쪼개어 그의 쇼를 구경했을 법한 아주머니가 옆자리에 있었고,호텔출입이 처음이라는 노부부도 있었다.
그들은 예순을 바라보는 남자가 강조하는 섹시함에 자지러졌고, 현수막에 적힌노랫말을 보면서 함께 노래했다. 나훈아가 물 조리개를 이용하여 비를 뿌리며 '빗속의 여인'을 불렀지만 유치하게느끼지 않는 듯 했다. 공연에 지불한 금액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만족을 얻었다는 표정이었다.
대중문화상품을 선택하는 고객의 결정은 대부분 외부의 평가에 의존한다. 주로 제작자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고관객동원수치가 전부라는 것을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결과 평가에 따르지만 믿지 않는다. 세계대회에서 우수한성적을 올린 영화가 포스터에 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비평은 살아나야 한다. 법률가가 유죄 또는 무죄라고 판결을 내리듯 한 작품에 대한 권위 있는 선포가 있어야 한다. 때로 현명하고 때로 어리석은대중에게 비평은 판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