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머리염색 기독교단 뜨거운 논쟁

'노랑, 빨강, 초록…'. 일요일이면 성당과 교회에는 형형색색의 물결로 넘쳐난다. 머리 염색을 한 채 미사.예배에 참석하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기독교단에서는 젊은 세대의 머리 염색에 대한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50, 60대 신부, 보수적인 교단의 목사들은 이를 걱정과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신부.목사들은 별 문제없다는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한 50대 목사는 "예배에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참석해야 하는 것은 교인의 기본 자세"라면서 머리 염색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광호(49.경산 실로암교회) 목사는 신앙과 지성 겨울호(한국신학원 펴냄)에 '종교와 헤어스타일'이란 논문을 게재하고 '교회가 머리 염색에 침묵하는 것은 종교의 세속화를 가속화시키는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 관심을 끌었다.

이 목사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과도한 모양새를 내는 것은 성서에 위배되는 행동"이라면서 "머리 염색을 문화적인 문제로 간과하는 일부 신학자들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자신의 교회 신자들이 싫어하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 목회자들의 태도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지역 교계에서 상당수 신부.목사들이 머리 염색을 곱지 않은 눈길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거나 자신이 직접 염색하는 이들도 꽤 있다.

대구의 한 30대후반 신부는 지난해말부터 전례력에 따라 바꿔입는 제의(祭衣) 색깔에 맞춰 머리에 브리지를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신부는 한때 나이든 신자들의 눈총(?)을 받았지만 "주일학교 학생들의 선교를 위해…"라는 질서정연한 논리로 신자들의 설득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한 30대 목사는 젊은이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염색을 할 생각도 했지만, 교계의 시선을 의식, 결행 직전에 그만뒀다는 얘기를 했다.

이장환(37.칠곡 영언교회) 목사는 "일부에서 설교나 교리시간을 통해 머리 염색을 질타하지만, 과연 그 얘기가 젊은 사람들에게 먹혀들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요즘같은 시대에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 표현에 제재(?)를 하려는 것은 유교적 사고"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가 1960년까지 여성의 파마 머리를 거부하다가 시대 추세에 밀려 이를 허용하고 말았 듯, 머리 염색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머리염색 논쟁은 한국 교회의 개방화.대중화 과정을 보여주는 자그마한 상징인지 모른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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