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공동문화 '실종'

이웃끼리 서로 도와가며 일궈야 할 아파트 공동체문화가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이기주의 때문에 실종되고 있다. 아파트마다 주차시비가 일상화된데다 복도에는 잡동사니가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또 베란다 밖으로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상식밖의 행위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회사원 김정용(32·대구시 달서구 대곡동)씨는 출근시간부터 불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일쑤다.출근길 쓰레기와 우산통, 장독, 유모차 등이 가득찬 아파트 복도를 매일 헤치고 지나야 한다.

엘리베이터는인상을 더욱 찌푸리게 한다. 누군가 위층에서 버튼을 계속 누르며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있어 1분이 바쁜 출근길을 더욱 초조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최모(38·북구 태전동)씨는 퇴근길이면 주차구획선이 버젓이 있는데도 주차선 경계에 걸쳐 제멋대로 주차한 차들 때문에 주차공간 찾기에 진땀을 빼야 한다.

최씨는 "아파트 입구 통행로를 막으면서 주차하는 것은 물론 남의 차앞에 버젓이 주차해 놓고도 핸드브레이크를 채우는 바람에 옴짝달싹하지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불쾌해 했다.

내집만 깨끗하면 된다는 생각에 공동의 공간인 복도에 지저분한 물건을 내놓고 자장면 등 먹고난 배달음식그릇을 종이로 덮지도 않은 채 문밖에 내놓는 경우도 흔하다.

또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고 창밖으로 담배꽁초나 음료수캔을 버리는가 하면 한밤에 세탁기·청소기를 사용, 이웃을소음에 시달리게 해 다투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해부터 반상회를 통하거나 엘리베이터 안, 게시판 등에 정기적으로 공동생활 에티켓을 알리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달서구 ㄷ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김모씨는 "얼마전 주민이 베란다에서 버린 담배꽁초 불씨가 잔디에 옮겨 붙어불이 날 뻔했다"며 "자신이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즉시 항의하지만 정작 자신이 남에게 주는 피해에 대해서는 간섭받기 싫어한다"고 꼬집었다.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강현구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개별공간에 대한 권리는 내세우지만 공유공간에서 지켜야할 의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며 "강제 수단을 동원해 개선책을 찾기에 앞서 주민 스스로가 공동체의식을 함양해 새로운 생활문화 정립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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