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文시장, 출마 포기로 매듭을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의 한나라당 경선 불출마 선언을 둘러싼 비자금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문시장은 "한나라당의 시장 후보 경선이 과열되면서 나와 관련된 괴문서가 나도는 사태가 발생, 지역 화합과 갈등을 해소키 위해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확실한' 당선 카드로 꼽히는 한나라당 후보 자리를 자진 반납한 것이다.

문 시장이 스스로 밝힌 이른바 '괴문서'에는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이 들어있고 예금주명과 인출일자, 비밀번호 등과 수표 금액과 매수 등이 기록돼 있으며 제주도 땅 2건과 부동산의 등기부 등본 관련 기록들이 실려 있다는 것이 시중에 알려지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문 시장은 괴문서 파동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90년 대구서갑 보선 당시 자금이 어느 정도 남아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전적으로 다른 사람이 관리해왔기 때문에 비자금 액수는 물론 정확한 실체조차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리는 솔직히 문 시장의 해명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문 시장이 대구서갑 보선서 뿌리고 남은 돈이 얼마인지도 또 그 실체조차 모른다고 한것부터 납득이 안간다. 정치인에게 정치자금 문제는 가장 민감한 아킬레스건이다. 그럼에도 자칫하면 패가망신을 불러올 수도 있는 돈 문제를 두고 얼마인지 모를 만큼 무심(無心)했다면 이를 두고 누가 믿겠는가.

우리가 아는 상식으론 규모가 큰 현금과 부동산일 경우라야 재산관리인이 있지 10억~20억원 정도의 재산에 '관리인…'운운하는 것부터가 앞뒤 아퀴가 아무래도 맞지 않음을 지적코자 한다.고위공직자들 중에는 40억~50억원 이상의 재산을 떳떳이 공개한 경우도 허다한 만큼 들리는 것처럼 문 시장이 재산관리인까지 두고 차명으로 재산을 관리했다면 그 재산은 상당한 거액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한 것이다.

사실 항간에는 문 시장의 비자금과 관련 이미 오래전부터 구구한 억측이 나돌았다. 그리고 이번 문 시장의 해명은 그동안의 우리의 의문점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하다. 최소한 언제,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비자금을 관리해왔는지 정도는 해명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 시장은 고난기에 대구를 이끈 공적도 적지않다.

그만한 인물도 없다고 그를 아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 만큼 그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굳이 실명제와 정치자금법 위반이자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위반이라 몰아칠 생각은 없다. 문 시장은 시장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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