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흉흉한 계절

지지난번 경북도내 어느 단체장 선거. 처음 선거에 나간 한 후보는 자신을 채 알리지도 못한 초장부터 상대의 흑색선전 포화에 '작살이 나기' 시작했다. 난데없는 여자문제는 두고라도 20억원을 바치고 공천을 땄다는 매터도는 속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허둥지둥 해명을 할수록 상대는 더 집요하게 불고 다녔다. 그는 어느새 전의를 잃고 있었다. 선거는 그걸로 끝이었다. 유지로 괜찮았던 명예는 만신창이가 됐고 끝내는 홧병으로 드러누웠다. 흔히 선거는 '조상 산소는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파헤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후보자는 완전히 발가벗겨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것은 주민대표를 선출하는 검증절차로써 필요악이라는, 순기능적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럴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명백한 사실에 입각해, 저열한 인신 비방으로 가지 않는 신사적 절제 위에서, 상대 후보의 이력과 자질을 들추는 게 상도(常道)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 풍토는 안타깝게도 '아니올시다'이다. 선거철은 매터도, 흑색선전, 데마고기, 루머 다시말해 온갖 중상, 모략, 왜곡, 조작, 선동의 경연장으로 지저분하기 일쑤다.

그 중에서 가장 악질인 매터도는 핏발선 투우사의 칼끝처럼 상대의 급소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벌하기 짝이 없다. 흑색선전 역시 그 조준점은 치명상이며, 너절한 소문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살기가 도사려 있다.

---생사람 잡는 '흑색선전'

이번 지방선거는 더더욱 심상찮을 것 같은 찝찔한 예감이다. 아직 본 게임에 들어서지도 않았건만, 고약한 설(說), 황당한 문(聞), 괴이쩍은 론(論) 들이 부딪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올해는 가장 추악한 선거판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그러한 걱정은 우선 이른바 '게이트' 시리즈가 끼친 '학습효과' 때문이다. 일련의 게이트 정국 속에 여야 모두 오만가지 의혹을 덧대어 죽기살기로 치고 받는 무차별적 폭로전을 보면서, 지금 출마를 꿈꾸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겠는가. 한 수 배웠다고 무릎을 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지 않은가.

일찌감치 불붙고 있는 대선정국도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다짜고짜 대통령 일가, 야당 총재의 '아픈 부분'부터 부풀리고 헐뜯으며 반사이득을 챙기려는 지금,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상상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겠는가.

한창 진행중인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또 어떠한가. 대통령 감을 고르는 경선에서 각 후보의 정책 검증은 찾아보기 어렵고, 비방·폭로·지역주의가 전부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 않은가.

그 다음, 올 지방선거는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올해 정국은 대선이 압도할 것이고, 대선 경쟁이 과열해져 지방선거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싶으면, 출마자들은 좀 더 자극적이고 손쉽게 먹혀드는 감성적 선거운동에 매달릴 거란 얘기다. 그 것은 결국 네거티브 캠페인 경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방적 음해 징벌 추상같아야

또 하나는 재선, 3선을 노리는 현역 단체장들의 대거 출마다. 이들은 서툰 민선행정을 펼치는 재임 동안, 지지세력을 넓힌 것 못잖게 그 반대 즉 '섭섭한 감정' 이나 '적대감'을 알게 모르게 양산했을 것이다. 이 '적'들이 씹고 다니기로 작정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깔린 인터넷 또한 걱정스런 대목이다. 이미 그 폐해가 속수무책인 인터넷에 정체불명의 일방적 음해가 난무하리란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매터도, 악성 흑색선전은 금권선거보다 더 악랄한 범죄라 할 수 있다. 특정인의 정치적 타격은 물론 사회적 매장까지 상관하지 않는 무지막지함 때문이다.

이같은 '더티 플레이'에 대한 징벌은 다른 어떤 것 보다 더 추상같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가 최근 선거범죄 신고 포상금을 금품·향응 제공은 최고 1천만원, 흑색선전은 최고 500만원 식으로 차등 인상한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흑색선전 신고를 더 높이 사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것이다.

김성규 정치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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