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리즈로 엮은 전통문화

1990년대 들어 우리 전통문화 감상이 일반화·대중화됐다. 가족·학교·동호회 단위의 답사여행이 붐을 이루고 전통문화에 관한 책들이 서점의 한 코너를 형성했으며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에 관람객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대중의 문화적 욕구가 섬세하고 다양해진 것이다. 미적 감수성과 안목도 높아졌다. 우리 전통문화와 생활사·문화사의 면면에 관한 총체적인 정리작업이나 대형기획물의 탄생이 이미 예고된 것이다.

이같은 문화적 기류에 힘입어 우리 문화사 속의 100가지 아이템을 100권의 책으로 정리하려는 도서출판 돌베개의 야심찬 기획 '테마 한국문화사' 시리즈 출간이 첫 선을 보였다. 먼저 '백자'와 '궁중문화'·'수원화성'에 대한 3종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전통문화와 민속·예술 등 한국문화사의 진수를 테마별로 가려뽑고, 권위있는 필진과 사진작가가 결합해 풍부한 컬러 도판과 깊이있는 해설로 정리한 21세기형 교양 시리즈 연작 출간에 주목해 본다.

제1권은 '백자'를 주제로 삼았다. 조선 백자에는 조선 사대부와 왕실이 지향했던 완벽을 드러내지 않은 절제와 품격 그리고 자유분방한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 백자는 예술품이지만 사회적 생산품이기도 한 것이다.

고려대 방병선 교수(고고미술사학과)가 지은 '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에서는 조선 백자가 왕실 전용 그릇으로 채택된 과정과 배경, 제작체제, 양식의 변천 및 제작기술 그리고 백자에 담긴 조선 고유의 아름다움과 역사성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딱딱한 논문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구성과 풍부한 컬러 도판을 사용해 백자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애정을 갖도록 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제2권은 신명호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가 지은 '궁중문화'. 조선의 궁중문화는 유교적 통치문화와 예술문화의 정수이며 500년 왕조사의 핵심이다.

'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문화'란 책은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의 중심축을 이루었던 궁중문화를 왕과 왕비의 역할과 삶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궁중의례와 제도 등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짚어보고 있다. 왕실문화를 왕과 왕비의 삶의 과정이란 구조 속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한 독특함이 돋보인다.

제3권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8세기 실학 건축의 정수 '수원화성'에 관한 책. 수원화성은 정조대에 건설된 조선의 대표적인 성곽 도시로 18세기의 시대정신인 실학이 도시와 성곽에 잘 드러나 있는 아름답고 뛰어난 유적이다.

경기대 김동욱 교수(건축학부)가 쓴 '실학 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화성'은 화성 축성에 사용된 새로운 건축사상과 기술·축성 방법 등을 도면과 함께 보여준다 . 이 책은 '성곽'이 아닌 '성곽도시'로서의 수원화성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성곽의 특징보다는 도시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점을 눈여겨 볼 일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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