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리 인준안 부결 이모저모

◈정치권 불만 엿보여

○…장상 총리서리는 31일 국회에서 총리 인준안이 부결되자 2시간여만인 오후 5시50분께 총리 서리직 사임의사를 표하고 총리실을 떠났다.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를 눈앞에 뒀던 장 서리는 이로써 총리서리로 임명된 지 21일만에 물러났다.

장 서리는 사의표명후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을 통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존중한다"면서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회의 인준을 받지 못해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끼쳐 드리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고 사과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11일 대통령의 국무총리 임명제의를 수락하면서 저의 모든 능력과 열정을 바쳐 국가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스스로 다짐했었다"고 부결을 아쉬워하고 또 "이번 일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고 한단계 더 성숙하는 발전적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한다"고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엿보였다.

이에 앞서 장 서리는 이날 하루종일 집무실에 머물며 임명동의안 표결에 대한 TV 생중계도 시청하지 않은 채 기도와 묵상으로 결정의 순간을 기다렸다.

◈"민주당 운명 다한듯"

○…총리 인준안 표결이 이뤄진 31일 국회 본회의. 박관용 의장이 '부결'을 발표하자 정작 의원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듯 본회의장은 한동안 술렁거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나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 후보였던 장 지명자 인준안 부결에 따른 정치적 책임 논란과 향후 정치적 파장을 의식해 서로 상대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바빴다.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민주당에서 일부 이탈이 있었어도 극소수였을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자민련에서 전혀 안 찍은 것 같다"고 말했고, 강성구 의원은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대통령이 이렇게 망가져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은 "한나라당이 자유투표로 결정한 것은 가결시켜주겠다는 뜻이었는데 민주당이 단결했다면 당연히 가결됐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로 볼 때 민주당의 운명이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특위 민주당측 간사로 가결을 권고했던 강운태 의원은 착잡한 표정으로 "각자 의원의 양심에 따라 표결한 만큼 존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자유투표 위력 대단

○…사실상 자유투표로 치러진 이날 표결 결과가 과거와는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국회 관계자는 "자유투표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며 "이제는 과거처럼 국회를 운영하는 것은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준안 표결이 이뤄진 이날 본회의는 3당의 의원총회가 지연되면서 예정시각보다 1시간20여분 늦게 열렸으나 투표는 15분여만에 순조롭게 완료됐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자유투표 방침을 정했고, 민주당 역시 인준안을 통과시켜주는 게 좋겠다는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의 의견을 권고하는 '느슨한 권고적 당론' 형태로 표결에 임했기 때문인지 이한동 전임 총리 인준안 표결때와 같은 팽팽한 긴장감은 없었다.

한나라당에서 김용학 강인섭 김만제 의원 등 3명, 민주당에서 설훈 김희선 김경천 최영희 장재식 이원성 의원 등 6명, 자민련에서 김종필 정진석 조희욱 송광호 이완구 의원 등 5명과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표결에 불참했지만, 가결되리라는 전망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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