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財閥)관련 문제는 흔히 삼국지의 적벽대전에 비유된다. 조조(曹操)는 북방지역을 평정한 후 강남을 도모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장강(長江)과 같은 큰 강에는 조수가 있어 격랑이 일게 되고, 흔들리는 배 위에 익숙하지 않은 병사들은 토사질을 하는 등 병에 시달린다.
그래서 "여러 척의 배를 한데 묶어 놓으면 배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방통(龐統)의 연환계에 천하의 간웅 조조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화공(火攻)에 역습을 당한 조조군은 80만 대군이 한꺼번에 희생되는 대기록을 남긴다.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출자총액을 제한받는 대형 재벌기업들이 여전히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공기업을 뺀 국내 12대 재벌이 출자총액제한법을 위반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및 다른 회사 주식은 총 3조4천480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국내 19대 기업집단이 보유한 계열사 및 다른 회사 주식총액은 총 55조원으로 지난해의 46조9천억원보다 8조1천억원이 늘어 총수 1인 지배는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란 재벌그룹의 무분별한 기업 확장을 막기 위해 그룹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기업측의 저항도 만만찮다.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반(反)자본주의적 제도라는 것이다.
전경련은 기회있을 때마다 "공정거래법은 문자 그대로 공정거래를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로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며 경제력 집중 억제보다는 경쟁촉진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재벌의 폐해를 대체로 인정하는 시각이다.
▲경제문제에는 항상 '효율'과 '형평'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개발독재 시대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효율이 앞서지만 지식사회로 진입할수록 형평이 강조되고 있음은 어쩔 수 없다. 배를 한데 묶으면 효율은 높아지지만 반대로 위험을 분산시켜야 할 상황에는 거의 속수무책이다.
다양성과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세계화시대에 재벌의 대형화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가 형평을 추구할 정도로 성숙한 사회인지, 여전히 효율을 앞세워 매진일로해야 할 단계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 재벌정책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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