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영웅의 기본조건

"만약 인간이 생전에 위대했다면 죽은 후에는 열 배는 더 위대해질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영웅은 강함과 고상함과 용감성을갖춘 신화적·전설적 존재.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세간에 퍼지는 과정에서 종종 부풀려지지만 픽션은 아니다. 구체적 근거를 지닌다.

그래서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스포츠영웅이 언제나 찬양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초창기 올림픽 승자에게는 찬사가 쏟아졌다. 항상 멋있는 미녀를 거느리고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다.

한 나라의 스포츠가 인기종목이냐 아니냐는 스타와의 스캔들이 결정적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축구선수가 할리우드 여배우와 스캔들이 나는 것으로 미루어 미국 축구의 전망을 밝게 보는 시각도 있다. 스포츠 영웅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대중이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대중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최고의 칭찬이 마땅해서다. 상대적으로 세련되지 않은 모델인 탓이다.

2002 월드컵 이후 스포츠 영웅으로 탄생한 김남일 선수는 월드컵 이전에는 거의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인기순위 1.2위를 다툰다.외신에서 '김남일 신드롬'을 집중 취재할 정도다. 배경에 대한 분석도 여러 가지다.

'꽃미남'은 아니지만 남성적 매력이 강하다. 학교 때는 절대 모범생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 연봉에서 까라고 하세요""나이트 클럽에 가고 싶어요"라는 호쾌하고 투박한 어록을 남긴다. 그러나 아니다. 그가 영웅이 된 것은 시대정서나 유행 때문은 아니다.

축구협회에서 주는 격려금을 아버지에게 바치는 효심, 악착같은 수비로 미드필드 부근에서 상대의 공격을 쓸어내는 직무에 대한 성실, 자신을 키워준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는 것, 고난을 이겨낸 석세스 스토리…. 이런 것들이 김남일 영웅 탄생의 배경이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운동선수인 프랭크 메리웰은 허구적 인물. 1896년과 1914년 사이에 출간된 대중 통속소설의 주인공이다.살아있는 젊은이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그의 팬클럽이 있다.

또 다시 연예계가 실망스럽다. 가까운 이들이 도망가고 잠적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영웅의 기본조건을 망각한 결과다. '어떤 아첨과교만도 없다'는 프랭크를 상징하는 슬로건을 무시한 탓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연예계 영웅탄생의 비결이다.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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