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표현이 뚜렷한 R세대는 좋아하는 분야도 뚜렷하다. 어디서건, 누구 앞에서건 , 남이 뭐라건 심취한 분야를 줄줄이 꿸 줄 아는 것 또한 R세대의 특징이다.한국청소년상담원이 지난해 7월 전국 중.고생 1천2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21.3%는 스스로 마니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0.2%는 마니아가 되고싶다고 응답했다. 39.1%는 마니아 분야를 진로로 발전시킬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진로로 채택하고 키워나가는 것, 이것이 기성세대와 차별화되는 특성이다. 대부분 기성세대들은마니아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직업은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을 찾았다. 취미와 일은 다르다고 생각하는게 기성세대의 가치관이었다.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밀어붙일줄 아는 에너지를 가진게 R세대들이다.
그리스어로 광기(狂氣)를 뜻하는 마니아는 어느 한 가지 일에 특히 열중하여 전문가적인 안목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데,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음악이나 영화.독서 등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마니아가 생겨나는 분야가 점차 게임이나 스포츠,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한 분야에서도 더 세분화 구체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재패니메이션 마니아'가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에는 재패니메이션 마니아 가운데서도 '토토로 마니아', '세일러문 마니아' 등으로 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청소년수련원에서 만난 일련의 댄스동아리 청소년들은 '백 댄서가 꿈'이라며 혹서 가운데서도 땀을 줄줄 흘리며 춤동작에 열중이고, 국채보상공원에서는 수십번 넘어지면서도 줄기차게 롤러 보드를 연습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왜 마니아가 확산되는 것일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저서에서 마니아를 '자아 매몰'(privatization)의 한 현상으로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소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는 현실보다 가상에 더 매혹된 일본의 새로운 인간형 '오타쿠족'이 등장했다. 그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들 속에 갇혀있는것을 즐긴다. 그러나 한국의 마니아는 폐쇄적이기보다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특정 분야를 좋아해 생긴 마니아 클럽은 셀 수 없이 많고, 희귀한 것까지 생겨나고 있다. 일본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끌고있는 구체관절(관절 부분이 공처럼 둥글게 되어 있어 마디마디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인형)은 대부분 일본 작가나 한국의 소수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마니아층이 상당하다.
이미 구체관절 동호회 사이트수십 개가 생겨나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오늘 강남에서 구입한 콘의 이슈돌, 정말 귀엽네요"라는 식이다.마니아들끼리의 소통이 폐쇄적 공간 내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대경대 한상덕 교수는 "21세기 사회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을 밀실로 밀어넣는 폐쇄사회로 가고 있는 만큼 마니아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니아 경향의 확산은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더욱 확산되고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라인스케이트 마니아인 직장인우은영(27)씨는 주5일 근무제가 된다면 주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창조적 일탈자'로 볼 수 있는 마니아를 다량 내포하고 있는 R세대. 이들의 특정분야에 대한 광적인 관심이 사회에 어떤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지 지켜볼 일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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