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히틀러 言論'

권력을 잡는 순간부터 집권자(執權者)는 언론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고민에 빠진 것은 세계 언론사(言論史)의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언론 탄압 통치자(統治)者)로 널리 알려진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는 언론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지만불편한 상황에 빠진 적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폴레옹의 억압방식은 신문사 폐쇄조치 등 물리적 방법의 동원이었고 히틀러는 여론, 이미지 조작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했다. 나폴레옹은 기사의 크기나 게재, 삭제 여부까지도 간섭했다고 한다.

▲권력의 언론통제는 이처럼 늘 두 얼굴이다. 직접적 통제와 간접적 통제다. 잠재적 통제와 간접적 통제라는 두 얼굴도 있다. 언론도 양면성을 가진 것은 마찬가지다. 힘 센 정권을 대할 때와 힘 잃은 정권을 대할 때의 태도는 판이(判異)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 언론들의역대정권과의 관계를 분석해 보면 이런 두 얼굴은 틀림없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나폴레옹이 엘바섬을 탈출해 파리로 진격하자 처음에는 비난성 기사로채워지다가 파리에 가까워질수록 신문의 논조가 찬양으로 돌변한 것을 '언론굴절'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도 삼고 있다. 이런 언론 속성과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치권력의 의도가 상승작용을 하면 이상구도도 그려낸다.

▲세무조사로 대표되는 DJ정권의 언론개혁을 놓고 '딜레마 모형'을 이용한 분석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최근 서강대와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규 건국대교수는 "DJ정부가 기득권 세력(일부 언론)과의 공생이냐 아니면 대립이냐라는 양자택일적인 딜레마적 상황에서 대립을 정책기조로 선택했다"고 판단했다.

세계 어느 정권이 그랬듯이 집권초기에는 언론전반에 걸쳐 자율개혁을 강조하면서 보수유력신문들과의 비우호적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타협적인 우회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성과가 없자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조세정의 확보와 시장정상화를 내걸고 타율개혁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언론역사와 언론탄압역사의 상관관계는 늘 '긴장상태의 연속'으로 볼 수 있고 특히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정부에 의한 언론길들이기 작업은 예나 지금이나 꼭같은 진행형이다. 이처럼 권력과 긴장관계를 갖는 것은 언론의 숙명이고 이것은 어떻게 보면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다.

권력과의 긴장관계가풀어질 때 비판기능이 제 힘을 잃어 국민들의 가치판단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도 늘 변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론개혁의 당위성을부정하는 언론인은 드물다. 타율개혁이 아니라 자율이 최선의 방책이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도 '언론 길들이기'에 나설 것인가.

최종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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