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효 복싱 경기장 썰렁

유도, 레슬링 등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투기 종목의 경기장에 많은 관중들이 몰려 성원을 보내는 것과 달리 '불효 종목'으로 전락한 복싱 경기장엔 관중들이 외면, 대조를 보였다.

8일 마산체육관에서 벌어진 복싱 체급별 준준결승에는 300여명의 관중밖에 찾지 않아 썰렁한 관중석엔 한기마저 들 정도였다. 필리핀, 태국 응원단 40여명이 모여 자국 선수들의 경기때 성원을 보내는 것을 제외하고 40여명의 한국 응원단들도 경기장 분위기 탓인지 응원 열기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이 선전을 펼칠 때 간혹 박수와 응원 소리가 터져 나왔으나 전체적으로 조용한 경기장엔 선수들이 주고받는 펀치의 둔탁한 소리만 실내를 울렸다.

지난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12개 전 종목 석권의 위업을 이룩했던 한국 복싱은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금 5, 은 2개를 따낸 이후 사양화의 길을 걷기 시작, 94년 히로시마 대회때 금 2, 은 1개, 98년 방콕 대회때는 은 2개로 '노 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홈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복싱은 1, 2개의 금메달이 가능할 전망이며 최대 4개까지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복싱 강국'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지만 최소한의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자세가 엿보인다.

한국팀 한 임원은 "한국 팀의 전력이 약화된 반면 카자흐스탄, 태국 등 다른 나라들의 전력이 강해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경북체고 출신인 라이트플라이급의 김기석(22·서울시청)이 4강에 진출하는 등 메달권에 다가갔다. 홈팀에 대한 응원 열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복싱이 다시 매서운 맛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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