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亞太재단 정리' 만시지탄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태(亞太)평화재단이 대학기증 방식으로 재단을 정리키로 함으로써 영광과 오욕의 8년세월을 접게됐다. 청와대가 지난달 재단건물과 관련자료를 연세대측에 넘길 뜻을 밝혔고, 이에 김우식 총장은 재단인수.운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5공정권이 만든 일해재단의 부끄러운 퇴장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아태재단과 DJ정권의 단절을 만시지탄의 심정으로 다행스럽게 여기는 한편으로, 기왕에 새출발을 하려면 재단명칭도 바꾸고 연구목적 및 활용방안에 대한 보다 폭넓은 검토가 있었으면 한다.

아태재단은 당초 순수학술단체를 표방했으나 종국엔 정치색으로 짙게 물들면서 정치권의 혹으로 등장했다. 96년 총선과 97년 15대 대선을 준비하면서 재단은 DJ의 '싱크탱크'역할을 수행해온 사실상 정권교체의 산실이었고, 그 인맥들은 지금도 청와대와 당주변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결국 DJ집사이자 재단상임이사인 이수동씨의 권력형 비리가 불거지고 차남 홍업씨까지 구속되면서 재단은 부패의 온상인양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김 대통령이 동교동의 사저옆에 지상5층의 재단건물을 짓기로 했을때, 대통령은 퇴임후 자신도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그렇게 살 줄 알았지 YS의 전철을 밟아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일이다. 권력주변에 모여든 해바라기 같은 인물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김 대통령의 '아름다운 구상'을 망쳐 놓았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현실적으로 김 대통령의 퇴임후 재단 운영이 어렵게된 마당이라면 그 처리의 뒤끝 또한 깨끗해야 하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그 이름 하나만으로 끌어 모은 후원금이 213억원이나 되는데도 오히려 빚이 30억~40억원이라면 인수인계에 또다른 잡음이 따를까 두렵다.

아태재단의 영어명칭인 'The Kim Dae-jung Peace Foundation'의 명칭도 바꾸지 않고서는 대학이 검토하는 바 대통령학 연구기관으로의 탈바꿈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넘기려면 확실하게 딴 미련없이 넘기는게 옳다. 그래야 의혹의 꼬리표가 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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