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21C 국가발전 지방서 시작

최근 지방분권의 목소리가 높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10년, 그리고 민선자치시대가 개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고, 수도권에 자본과 인재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도정 7년을 경험하면서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왔다.

국가전체의 사무 중에서 지방사무는 25% 정도이며,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무는 13%에 불과하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도 80대 20으로 지방재정이 열악하다. 뿐만 아니라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인구의 46%가 몰려 있다.이러한 권한과 재정,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두고 혹자는 '2할의 지방자치' 또는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말로 자조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수도권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인근 경인지역에 대단위 신도시를 개발하려거나, 공장총량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또한 대단위 국책연구기관을 설립하면서 지방에 대해서는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는 21세기를 세계화·지방화시대라고 말한다. 지방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며 지방의 발전 없이는 국가의 발전도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지방에 보다 많은 권한을 배분하여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인 조류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하나같이 지방분권을 공약으로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의 균형 있는 발전을 갈구하는 지방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환영할 일이다.

21세기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국가발전 방향은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바탕을 둔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이다. 이를 위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지방분권을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다.

중앙정부는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정착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과감하게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 그 동안 '지방이양 추진위원회'를 통한 노력이 없지는 않았으나, 중앙정부의 시각이 아닌 지방의 시각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실질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인력과 예산도 함께 이관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방일괄이양법', 더 나아가서는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상북도에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제안하여 현재 연구용역 중인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자치단체 이관'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다음으로는 지방분권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중앙권한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가 확립돼 있어야 한다. 민선 단체장들은 독단적인 업무수행으로 지역주민들이나 중앙정부로부터 불신받는 일이 없도록 도덕성과 책임감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은 정부만의 노력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 지방분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와 지역주민, 그리고 정치인들의 폭넓은 참여와 공감이 필요하다.

21세기 국가발전은 지방에서 시작된다. 지방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스스로 결정하고 일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곧 지방도 살고 국가도 사는 길이다.

이의근 경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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